“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란 노랫말의 유행가가 요즘 뜨고 있다. 먹거리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삼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모양이다.

손자가 뛰는 모습을 보고 행여 배가 빨리 꺼질까봐 뛰지 말라 만류했던 할머니의 애달픈 심정을 담은 이 노랫말은 그들 세대만이 공감할 충분한 소재일 것이다.

보릿고개는 지난해 가을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이다. 춘궁기(春窮期) 맥령기(麥嶺期) 등으로도 불렸다. 이때쯤이면 서민층은 풀뿌리나 나무껍질 등으로도 끼니를 이어갔다 하여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생겨났다. 먹을 것이 없는 백성은 걸식이나 빚으로 연명하고, 그마저 못하는 많은 빈곤층은 굶어 죽었다. 예로부터 하늘을 의지해 농사짓는 우리 민족에게 보릿고개는 어쩌면 숙명적 고난의 시기다.

“설마”하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 보릿고개는 196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래 굶어 살이 붓고 누렇게 뜬 부황증 증세의 사람도 그 시절은 흔히 만날 수 있었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이젠 우리에게 먹고사는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 됐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보릿고개는 할머니 이야기 속의 전설처럼 들릴 뿐이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는 은퇴 후 5∼10년을 연금 없이 버텨야하는 소득공백기를 신보릿고개라 불렀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은 늦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 구조를 꼬집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지금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산업이 멈춰 섰다. 곳곳에서 생존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판 보릿고개가 대구경북에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대책이 절박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