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민심의 틈새를 비집고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강력한 포퓰리즘 공약이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런 보편적 복지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재난 기본소득’에 대한 슬기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선심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을 거덜 내서는 안 된다.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제안으로 촉발된 재난 기본소득 논의에 정치권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앞장섰다. 그는 ‘마중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 1인당 재난 기본소득 100만 원씩을 지급하고, 고소득층에게는 지급한 금액만큼 내년에 세금으로 다시 거두자고 제안했다. 9일에는 민주당 원외 총선 후보 51명이 이에 호응했다. 전국최초로 전주시는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보장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50만 원을 3개월 안에 사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을 발표하고 긴급 추경예산(안) 543억 원을 편성, 전주시의회 심의를 요청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난 기본소득은) 한 마디로 4·15 총선용 현금살포”라고 맹비난하고 나서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많게는 약 51조 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재난 기본소득’ 제안은 총선을 앞두고 재난 구렁텅이에 빠진 국민 사이에 강력한 ‘마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은 시급하고 또 시급한 국정과제다. 그러나, 아무리 참혹하더라도 이 시점에 대한민국을 ‘빚잔치’로 파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곳간 문을 함부로 열어젖히는 대책은 곤란하다. 차분하게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총선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더 많은 인기 영합 공약들이 참으로 걱정스러운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