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플라이 권순관, 솔로 앨범 ‘커넥티드’ 발표
“되돌아보지 못했던 사람이나 순간 앨범에 담아”

9일 솔로 2집 ‘커넥티드’를 발매하는 가수 권순관.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9일 솔로 2집 ‘커넥티드’를 발매하는 가수 권순관.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난 너에게 한없이 많이 부족한 사람 / 이런 나에게 넌 말해줬었지 / 그냥 이대로도 나여도 괜찮다고…’ 밴드 노리플라이 권순관(38)이 아내를 생각하며 쓴 곡 ‘너에게’ 가사 일부다.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겨져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아내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위로한 일을 바탕으로 썼다.

솔로 2집 발매에 앞서 최근 만난 권순관은 당시 아내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너에게’는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자기 자신이 아닌 존재를 위해 살고, 웃을 수 있는 아내를 보고서 위대한 삶이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마음을 담아 곡을 썼습니다.”

이 곡은 9일 정오 권순관이 7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 ‘커넥티드’(Connected)의 타이틀곡이 됐다. 얼마 전 그는 아내에게 아무 설명 없이 완성된 노래를 들려줬고, 아내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라 생각해요.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얘기를 하신 걸 보고 무척 공감했죠”

권순관 솔로 2집 ‘커넥티드’ 표지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권순관 솔로 2집 ‘커넥티드’ 표지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2013년 내놓은 솔로 1집 ‘어 도어’(A Door)에는 동명 곡을 비롯해 ‘그렇게 웃어줘’, ‘건너편’ 등 이별 노래가 주를 이뤘다.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신보에서는 더 크고 다양해진 권순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간 음악에 몰두하느라 미처 되돌아보지 못했던 사람이나 순간을 앨범에 담았다.

‘깨달아’가 대표적이다. 그가 이유도 대상도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쳤을 때, 부서졌다가 하나 되는 파도를 본 뒤 깨달은 것에 관해 쓴 곡이다.

“어느 날 파도를 봤는데, 부서졌다가도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또 한 곳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흩어져버린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래 하나였기 때문이구나’라고 깨달았죠. 전작 ‘건너편’에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말했다면, ‘깨달아’에서는 지금껏 잃어버린 많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말했어요”

이 밖에도 어두운 시간도 다 신의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노래 ‘터널’, 어두운 곳에 있더라도 당신은 빛나고 있다고 위로한 곡 ‘스테이’, 홀로 걷던 길 끝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행복감을 담은 ‘커넥티드’ 등 8곡이 실렸다.

앨범과 동명 노래인 ‘커넥티드’는 싱어송라이터 크러쉬가 피처링을 맡았다. 이전 앨범을 포함해 권순관 앨범에서 다른 아티스트가 피처링한 것은 이 곡이 유일하다.

곡을 완성하고 보니 크러쉬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해 피처링을 부탁했고 크러쉬가 흔쾌히 응하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권순관은 이번 앨범을 과거 앨범과 이후 나올 앨범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첫 번째 트랙 제목이 ‘이사’인 것도 이를 알리기 위한 메타포다.

“이전의 내가 비워지고 새로운 내가 되지만 이후에도 과거의 내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이사’라는 행위에 빗댔어요. 짐을 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도 옛모습과 닮아 있는 것처럼요.”

노리플라이 멤버 정욱재는 권순관 2집 수록곡을 듣고는 그를 말 없이 안아줬다고 한다. 전작 ‘어 도어’를 들었을 때는 엄청난 명반이 나왔다며 극찬했지만, 이제는 포옹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지는 단단한 사이가 됐다.

권순관은 솔로 음악과는 색깔이 조금은 다른 ‘밴드 노리플라이’ 음반도 준비할 예정이다. 정욱재의 학업과 권순관 솔로 활동이 끝나면 차근차근 시작할 생각이다.

“노리플라이는 밴드 지향적 팀이에요. 밴드 사운드도 강하고, 메시지에서도 대자연이나 큰 세계관 같은 것을 드러내죠. 반면 제 솔로 앨범은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특히 ‘사랑’을 많이 다뤄요.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숭고한 감정이라 생각하거든요.”이는 그가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사랑을 노래함으로써 사람들을 치유하는 게 권순관의 소망이다.

지난 13년간 엄청난 스타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아티스트였던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일상에 젖어 드는 가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재능이 반짝이는 시절에만 잠시 빛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저는조금씩 더 발전하면서 사람들을 움직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생명이 긴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고 목표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