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보수정치세력의 대동단결을 주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여의도 정가를 출렁거리게 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대독한 서신에서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달라고 주문했다. 진보 여권과 북한은 즉각 갖은 악담을 퍼붓고 있다. 범 보수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 메시지의 진정성을 깊이 읽고 분열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대구·경북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에 대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부디 잘 견디어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서 “(그동안)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밝히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환영했고,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자유공화당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는 미래통합당을 향해 통합 또는 선거연대·후보단일화 등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범 진보세력의 거부반응은 격렬했다.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수렴청정’등의 용어를 동원했고,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도로 새누리당”이라며 헐뜯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마녀의 옥중 주술”이라며 저주에 열을 올렸다.

4·15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단일대오를 주문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는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진보 진영의 악평과 힐난이 아니다. 옥중 메시지를 아전인수로 해석하여 분열상을 드러낼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과욕이 빚어낼 파열음이 중도 민심을 거꾸로 자극할 역풍 가능성도 상존한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순수하게 읽고 담백하게 반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명을 받아든 범보수 진영의 지혜로운 판단이 종요로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