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안 혼란만 가중 비판
지역간 의석불균형 심각
6개 시·군 하나로 통합
선거법 취지와 정신 훼손
국회 행안위도 재의 요구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혜숙 행정안전위원장이 4일 선거구획정안을 논의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통폐합 및 분구 안이 발표되자 경북지역은 선거구 조정에 대해 일제히 ‘게리맨더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4일 미래통합당 경북도당과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를 영주·영양·봉화·울진과 군위·의성·청송·영덕 선거구로 조정한 것은 지역민들의 생활권과 역사성 등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획정안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통합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의원은 4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선거구획정안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드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구 획정 기준인 지난 2019년 1월 인구 하한선은 13만6천565명으로 기존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 인구는 13만7천992명이기 때문에 굳이 선거구를 재획정할 필요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2004년 총선부터 현재까지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가 유지됐고 영덕과 울진은 경북 동해안 이웃 생활권으로 국책사업이 수십년째 연계된 곳이라는 점도 획정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공직선거법상 제25조 1항 2호의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7조에 따른 주민등록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한다’라는 규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 공직선거법 제25조2항에 농·산·어촌을 배려한다고 명시된 사실에도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선거구획정위가 서울시(605㎢)의 약 7.6배 크기에 달하는 강원도의 5개 군과 1개 시를 하나로 합쳐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선거구로 발표한 것도 규정 위반의 표본인 셈이 됐다.

이에 지역 정가는 이번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에 대해 경북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권이나 생활권, 교통권 등의 특성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지도만 펴놓고 인구에만 집착한 나머저 무분별하게 선거구를 찢어버린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나치게 먼 거리에 따른 교통 불편 사항도 반영되지 않고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 하나의 지역구로 묶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런 지적은 지난해말 획정위원회가 경북도청에서 실시한 여론수렴과정에서도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이미 제기된바 있고 획정위 관계자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과도 상당히 거리가 먼 안이 됐다. 이로 인해 지역정가는 당초 여야가 촉박한 선거일정에 따라 선거구 변화를 최소화하자는데 합의한 취지에도 어긋나는 누더기 선거구로 변질됐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통합당 경북도당 측도 선거구가 대폭 조정되면 선거구별 예비후보 등록과 정당별 경선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돼 유권자 알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반응이다. 통합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이번 획정위 선거구 조정안 중 경북지역은 인구기준과 여야 합의도 무시한채 마련돼 지역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의 선거구가 통째로 바뀌는 이번 안을 제출한 것은 심각한 게리멘더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국획정위원회가 전날 제출한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재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은 공직선거법 25조 1항에 명백히 위반한다”며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 요구를 의결했다. 행안위는 전혜숙 위원장 명의로 획정위에 발송한 ‘재획정요구서’에서 “거리가 지나치게 멀고 교통이 불편하거나,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 하나의 지역구가 됐다”며 “인구수에 비례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못해 지역간 의석 불균형이 심각하게 발생, 선거법 취지와 정신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김영태·박형남 기자

    김영태·박형남 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