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며칠 뒤면 산과 들에 물이 오른다는 물오름달 3월이다. 날이 차츰 풀리면서 봄 기운이 조금씩 감돌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난데없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역사회, 나라 전체, 아니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과 여파에 불안해하며 바짝 긴장하고 위축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첨단디지털과학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해가는 4차혁명시대에 전염병이 돌연 창궐하다니 믿기지 않은 일 같지만, 근 3개월째 중국 우한에서 발생된 신종 바이러스는 인근의 국가는 물론 세계 30여개 나라에 무서운 전염력으로 퍼져나가 세계인들을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가공(可恐)의 난국이 이어질지 심각하고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구상의 유기체와 구성원들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곧 하나의 생물체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떼어낼 수 없는 것이며, 생명 현상의 기본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조직화의 과정이 어떤 특정한 질서·결합 상태가 유지돼 고유한 평형과 발전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예컨대 자연계의 먹이사슬이나 인간의 사회생활 등은 상호 유기적인 조합과 체계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된다고나 할까? 이러한 기저에서 어떤 유기체와 구성요소 간의 기능과 역할에 괴리가 생기고 모순이나 흠결로 부조화가 나타나면 결국 생태계의 불균형과 혼돈이 초래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작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균제된 유기체에 대한 교란과 부주의로 파생된 경고로 본다면 필자의 편협한 소견일까?

이 세상에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나 자생적인 노력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물 한 방울 공기 한 점도 공것이 없고 흙 한 줌 풀 한 포기도 아무렇게나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런데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당연한 듯한 무관심(?)속에서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순간 하나하나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저 모든 것들이 그냥 저절로 나타나고 이뤄지고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과 자연은 그렇게 만만하다거나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번의 일련의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보면서 하루를 무사하고 온전하게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당연하고 무관심하게 여겨졌던 일들도 자신이 상황에 직면해서는 누구라도 긴박하고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스크를 쓰던 시민들이 이제는 독감이나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해 마스크를 상용(常用)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

어쨌든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더욱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응체계를 면밀히 세우고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방역과 행동수칙에 적극 협조 참여하고, 이동과 다중 시설 이용 자제, 개인의 위생과 건강관리 등으로 면역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자중하고 배려와 지혜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희망의 새봄을 맞이하기를 학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