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식 줄줄이 취소로
팔지 못한 꽃들 시들어 버려져
매출 끊긴 꽃집들 ‘망연자실’
정부, 꽃소비 촉진 방안 등 마련

11일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있는 꽃 도매가게에서 김명숙(60·여)씨가 팔리지 않는 꽃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고 있다. /이시라기자

“올해 장사는 다 망쳤어요”

11일 오전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서 13년 동안 꽃 도매장사를 해 온 김명숙(60·여) 씨가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그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타격이 어마어마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이맘때는 예약 전화를 받고 소매 장사를 하기 위해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쁜 시기”라며 “올해처럼 장사가 안돼 가게에 파리만 날리고 있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은 급격히 감소해 거의 전멸 수준이고, 작년과 비교하면 수입이 10분의1도 안 되는 상황이다”며 “작년에는 손이 부족해 직원을 여러 명 고용했는데, 올해는 전기요금을 내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업계가 위기에 놓여 있다. 평소대로라면 2월은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이 잇따라 있어 가장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짝 특수’를 노리던 영세 꽃집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양학동에서 20년 동안 꽃집을 운영한 이모(50·여) 씨는 “올해 양학초등학교의 졸업식이 축소되면서, 꽃다발을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다”며 “꽃은 생물이어서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일 정도인데,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전부 버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울먹였다. 그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몰려 있는 2∼3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대목으로 1년을 버틴다”며 “김영란 법 이후로 꽃바구니 등을 선물하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고, 코로나까지 덮치니 꽃집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죽도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최모(45)씨 역시 “그나마 장례식 화환이 팔리고 있어 수입 일부를 메우는 것 같다”며 “꽃을 재사용하는 업체만 영업 이익을 보지, 생물을 취급하는 곳은 모두 적자”라고 전했다.

이러한 화훼 소비 급감은 꽃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월 기준 장미 1단(10송이)의 평균 경락값은 5천649원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7천712원)보다 2천원 넘게 떨어졌다. 안개꽃의 평균 경락값은 4천728원으로 지난해(7천311원) 보다 2천583원 하락했다. 특히 지난 5일 장미 3만2천638단이 출하됐지만 52단만 유찰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는 화훼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꽃소비 촉진 방안을 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인터넷검색사이트 광고창과 꽃 판매 온라인몰 연계를 통해 꽃 선물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실시간 이동쪽지창앱(모바일메신저앱)과 선물교환권(기프트콘)을 통해서도 꽃 구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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