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휘자로 알려진 미겔 코스타 경이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연주회를 위해 최종 리허설을 할 때 있었던 실화입니다. 연주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트럼펫이 울리고 팀파니가 퉁탕거리고 모든 악기가 신나게 연주하고 있었지요. 그때 피콜로 연주자에게 갑자기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명이 훨씬 넘은 연주자들이 온갖 악기로 이렇게 크게 연주하고 있는데 나처럼 작은 피콜로라는 악기 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하며 슬그머니 자기 연주를 멈춥니다.

그 순간 미겔 코스타 경은 모든 연주를 중단시키고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피콜로는 어디로 갔어!”

피콜로 연주자는 자기 소리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 음악을 알고 완벽하게 해석해 심금을 울리는 연주를 하고자 했던 지휘자에게 그 작은 피콜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전체 음악이 엉망으로 변했던 거지요.

혹시 ‘린치핀(linchpin)’이라는 용어를 아십니까? 린치핀은 바퀴와 다른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핀의 일종입니다. 이 핀이 없으면 거대한 기계가 즉시 동작을 멈추고 마는 핵심 부품인 셈입니다. 마치 피콜로 연주자처럼. 최근에는 이 용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불가한 작은 존재’라는 의미가 린치핀에 붙기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그루, 세스고딘이 묻습니다. “당신은 린치핀인가?” 작아도 자신만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인공지능이 넘 볼 수 없는 사람, 자신을 둘러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시대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역량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는 삶을 꿈꾸는 그대가 눈부신 새벽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