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확진환자 대구 방문에
‘바이러스 청정지역’이었던
대구·경북지역 위기감 고조
서울~대구 왕복 구간 동안
추가감염 여부 확실히 파악못해
탑승객 특정할 수도 없어
새로운 방역 사각지대 꼽혀

6일 오전 대구시 동대구역에서 역무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째 확진자가 지난 설 연휴 때 동대구역을 이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

광역 교통망인 KTX를 타고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양성 판정을 받은 17번째 확진환자가 지난달 대구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바이러스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대구·경북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17번째 확진환자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후 2시 24분께 동대구역에 도착, 다음날까지 대구 수성구와 북구 등에 머물다 오후 9시 26분 SRT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가족과 친척, 택시기사 등 이 남성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인원만 1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간 대구에 체류했던 남성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수도권에만 한정됐던 감염 공포가 지역에 퍼지고 있다.

이전까지 지역에서 감염 공포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항공편에서 시선은, 하루종일 전국에서 수많은 열차가 드나드는 ‘역사(驛舍)’로 쏠린다. 특히, 동대구역은 전국에서 열차 간 환승 고객이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전선, 대구선, 동해선, 중앙선 등 사통팔달로 이어져 있다.

수도권과 영남권을 잇는 한반도 동남권 ‘허브(Hub)’역인 이곳이 바이러스에 뚫리게 되면, 현재 수도권 인근에 대부분 한정된 바이러스가 철도노선을 따라 경북권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지역으로까지 퍼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더욱이 기차표는 항공권과 달리 신분증 등을 내지 않고서도 매표소등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17번째 확진자와 함께 KTX, SRT에 탑승한 승객을 모두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은 새로운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17번째 확진자가 대구·서울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추가로 사람들과 마주했을 우려도 남아있다. 또한,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되지 않아 아직 바이러스 차단에 성공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 관계자는 “기차역은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흩어졌다 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사실 방역이 다른 어느 곳보다 어려운 곳 중 하나로 꼽고 있다”면서 “17번째 확진자가 대구를 방문하기 이전에 벌써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인지 아닌지에 따라 지역 내 바이러스 확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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