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정월대보름날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을 설명절만큼 큰 비중을 둔다.‘한국의 세시풍속’자료에는 12달 동안 한국의 세시풍속은 모두 189건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정월 한달 이뤄지는 세배,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으로 한해의 절반 가깝다.

그러나 정월 78건 가운데서도 대보름날 하루와 관련되는 세시풍속이 무려 40여 건이 된다고 했다. 세시풍속만 본다면 정월 대보름은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농경사회에서 우리의 조상은 그 어떤 날 보다도 정월 대보름날을 가장 소중한 날로 삼았다는 반증이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하고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했다. 중국 역시 정월 대보름을 중요 날로 섬겼다.

정월 대보름날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그 사정을 더 잘 짐작할 수 있다.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 술 등 먹는 것부터 지신밟기, 별신굿, 쥐불놀이,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온갖 행사가 이날 축제로 벌어진다.

한해가 시작되는 달에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은 우리 조상에게는 풍요와 모든 부정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날은 지신 밟고 달집 태우며 가능한 많은 정성을 들여 한해 농사의 풍요로움과 가족의 안녕을 달에게 빈다.

특히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노는 달집태우기는 질병도 태우고 근심도 태워 한해의 밝음을 소망하는 행사다. 지금도 그 전통이 매년 대보름날 이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대보름 행사 일체가 중단됐다. 질병을 막아보자는 염원의 민족 전통이 공교롭게도 바이러스에 의해 중단됐다. 서운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