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위비분담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주한미군사령부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공백을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오는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기습 통보했다는 소식이다. 동맹국과의 협정을 장사꾼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트럼프의 갑질 횡포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그야말로 미군을 돈 받고 빌려주는 용병으로 추락시키는 트럼프의 태도는 백해무익하다. 67주년 한미동맹이 이래저래 시험에 들고 있다.

한미 협상 대표단이 지난 14~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올 들어 처음이자 6번째 방위비 협상을 재개했으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주한미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협상의 볼모로 활용하는 이 같은 조치들은 ‘미국’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트럼프의 지나친 주한미군 방위비 압박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걱정이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인 애덤 스미스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50억 달러를 분담금 요구에 대해 “한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진보단체의 항의시위 구호부터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민중당 등 시민단체의 지난 17일 집회에서는 ‘날강도냐, 동맹이냐’, ‘혈세 강탈 미군 나가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정말 위험한 것은 국민 사이에 그 같은 심사에 공감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의 협상은 그 뒤에 통제불능의 국민감정이 있다는 점에서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끝나는 상거래계약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난폭한 압박술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온존에 결정적인 요소다.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논의구조를 보며 온 국민이 조마조마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