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은 전에 없이 사나웠다. 민생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정책부실과 비상식적인 권력 힘자랑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있는 여당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함께, 미더운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고 지리멸렬을 지속하는 야당에 대한 한숨이 뒤죽박죽된 민심이었다. 여야 정치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온’ 민심을 바탕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는 음모에 몰두하는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 형편없이 비뚤어진 정치를 부디 더 이상 꺾고 비틀지 말기를 당부한다.

설 연휴가 끝나자 여당은 ‘민생’ 카드를 꺼내 들며 검찰에 대한 논란이 조기에 종식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설 민심은 한마디로 ‘민생 먼저’였다”고 정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시콜콜 정치권이 개입해 논란을 부추기는 건 시대착오적 검찰 정치의 연장선이며 비정상의 정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 현수막을 활짝 펼쳐 들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설 민심과 관련해 “4월에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특히 검찰 학살과 관련해, 당에서 TF를 구성해 법사위 현안질의를 하고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한국당에 대해서는 좀 더 세게 잘 싸우라는 분발을 촉구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국민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4월 총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검찰 학살’ 논란을 필두로 ‘경제 상황’에 대한 어두운 현실을 놓고도 걱정들이 많았다. 총선이 목전에 다다랐으니 여야 정치권이 온통 총선 전쟁에 몰두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번 총선이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소중한 기회가 돼야 한다. 무한히 뒤틀린 정치적 난맥상이 잘 정돈돼 바로잡히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정직하게 받드는 정치가 펼쳐지기를 고대한다. 더 이상 국민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는 이 한심한 정치를 말끔히 청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