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보 발령 후 급격한 상승곡선
7~12세 어린이 환자 가장 많아
올 겨울 기온변동 심해 유행
늦봄까지 지속 가능성 클 전망

#1. 학부모 정모(53)씨는 최근 자녀가 독감에 걸려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같으면 대기인원이 1∼2명 밖에 없었을 동네병원이었지만, 무려 10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던 것. 타미플루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서만 꼬박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만 했다. 정씨는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독감이 유행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실제로 병원을 다녀오고나서야 이 사실을 느끼게 됐다.

#2.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퇴근 후 모든 가사일을 도맡아서 하게 됐다. 다섯살 난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독감에 걸려왔고, 앓아 누운 아이를 아내가 간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은 김씨의 몫이 됐다. 다행히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 아픈 증세가 오래가지 않았고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김씨는 두살배기 아들에게 또다시 독감이 옮지 않을까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독감(인플루엔자)’의 기세가 동(冬)장군보다 무섭다.

연일 독감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천명당 49.8명으로 2019∼2020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19.5명이었던 독감 의사환자가 2배 이상이나 많아졌다. 독감 의사환자는 38℃ 이상의 갑작스런 발열과 기침, 인후통을 보인 의심환자를 뜻한다. 독감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는 지난해 11월 15일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이후부터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독감 환자 수는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 등에서 나서서 예방접종을 강력히 권장했지만 오히려 독감으로 내원하는 환자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집단생활을 하는 초·중·고생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가장 심각한 나이대는 7∼12세로, 외래환자 1천명 당 128.8명이나 된다. 이는 평균치인 49.8명의 두배를 넘는 수치다. 뒤를 이어 13∼18세 환자가 91.1명을 차지했다. 1∼6세 환자도 60.5명이나 됐다.

이번 독감 유행은 늦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8∼2019절기에는 절기상 봄인 5월까지 독감이 유행했다. 지난 2018년 11월 16일에 발령됐던 독감 유행주의보는 약 7개월 후인 2019년 6월 21일에 해제됐다. 유행 초기인 11∼12월에는 A형 인플루엔자가가, 3∼4월에는 B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

올해는 특히 겨울철 오락가락한 기온도 독감 유행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합병원 한 관계자는 “최근 날씨를 보면 일교차도 크고 날마다 기온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오히려 날씨가 한 번 급격하게 추워지고 나서는 독감 환자들이 일정 수준만 유지하는데,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몸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독감은 감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 준수가 필수다. 보건당국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병원을 찾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영유아나 학생이 독감에 걸렸을 때는 해열제 없이 체온이 정상으로 회복된 이후 24시간까지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에 등원·등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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