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 변호사
박준섭 변호사

조국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그동안 광화문 광장과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여러 차례 열렸다. 조국 전 장관은 촛불시위가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제는 우리가 촛불민심의 의미에 대하여, 광장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과연 촛불 민심은 주권자 자체인가 아니면 주권자의 또 다른 대표인가.

그러나 광장의 민주주의가 주권자의 의사라고 규정한 곳은 헌법 어디에도 없다. 우리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입각하여 대통령과 입법부를 국민의 대표로 뽑고 입법부에게 법률을 만들게 하고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법률의 집행을 맡겼다.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의하여 지배하여야 한다는 헌법이념은 독재자의 자의(恣意)에 의한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고안해 낸 근대헌법의 지혜이다. 근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현대에 와서는 국민이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실현할 더 나은 대안은 없고, 이것이 최선의 지혜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촛불시위를 생각해 보자. 이것이 미래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핵심은 촛불민심이 아니라 의회의 탄핵소추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인용이라는 헌법적 절차였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절차 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우리는 전통과 제도와 국가의 권위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의 관점에서 이를 긍정하고 다음의 역사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의 조국장관과 관련된 촛불시위는 그 명분이 아무리 검찰개혁의 지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촛불의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주권자의 의사와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사실 서초동 촛불시위는 문재인 대통령 행정부와 여당 그리고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집단의 의사표현에 불과해 보인다. 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개혁이 아니라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적 정파와 시민들이 조국 장관에 반대하는 시위를 대규모로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촛불은 갈라졌다. 결국 광장의 촛불은 국민의 민의가 아니라 특정 정파들의 의사표현일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장촛불의 진실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두 눈을 부릅뜬 파수꾼처럼 지켜보아야 한다. 조국 장관도, 지난 주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도,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스스로 주권자의 의사를 빙자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여론의 다수가 이끌어가는 폭정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의 촛불이 포퓰리즘의 회오리에 꺼지지 않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히는 지혜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