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화가 모리드 드니는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브의 사과’이며 둘째는 ‘뉴턴의 사과’, 셋째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의 사과’라 했다. 여기에 우리가 덧붙인다면 ‘윌리엄 텔의 사과’와 ‘백설공주의 사과’ 이야기까지 말할 수도 있겠다.

사과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과일 중 하나다. 사과가 인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맛과 향, 그리고 효능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속담에 “하루 한 개의 사과면 의사를 멀리 한다”는 말이 있다. 사과가 품고 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사람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뜻이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사과의 효능을 보면 정말로 놀랍다. 자료에 따르면 사과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혈관에 쌓이는 유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하루 한 개의 사과만 먹어도 나쁜 콜레스테롤을 40% 가량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과의 섬유소는 혈중 인슐린을 통제, 혈당치 변동을 예방하여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사과에 함유된 케세틴은 폐기능을 강화한다. 또 사과의 과육은 잇몸 건강에 좋으며, 사과산은 어깨 결림을 감소해 준다고도 한다.

사과하면 대구를 떠올리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제 그 명성은 경북지방으로 넘어갔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사과 주산지다. 사과 재배의 역사와 노하우도 으뜸이다. 청송사과는 저농약 재배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전국 처음 개발한 곳이다. 전국 어느 지역 사과보다 사과의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나다. 당도도 높으며 과즙이 많아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충주시가 충주사과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경북 청송사과와 영주사과를 비교 폄하하는 내용을 담아 말썽을 일으켰다. 청송과 영주지역 농민들의 즉각 항의로 사과는 받았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나라 사과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홍보 내용이었지만 해당지역 농민에게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전국 최고 명품에 대한 모욕이자 자존감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경북 사과의 난데없는 봉변이었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