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센다이. 유루이 마이 씨는 낡은 집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들에 파묻혀 살고 있습니다. 회사 일이 바쁜 그녀 역시 자기 방조차 정리할 여유 없이 정신없이 사는 중입니다.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납니다. 낡은 집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며 가족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합니다. 무너져버린 집에서 손전등과 비상식량을 찾으려 해도 물건이 너무 많아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경험을 하지요. 집 밖으로 몸을 피해 빠져나오는데 그 순간 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그녀는 결심하지요. “이런 집에서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다.”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만 엄선해 집에 두기로 합니다.

“최종 목표는 트렁크 하나에 다 담을 수 있는 정도의 물건만 남기고 사는 것이에요.”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대지진의 경험 이후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다’ 4단 만화 시리즈를 연재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남편과 어머니, 두 살배기 아들,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지내는 마이 씨의 집은 책 제목처럼 거의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실에는 테이블 하나 의자 네 개. 수납공간 밖으로는 일체 물건이 보이지 않는 주방, 밥솥과 전자레인지, 냄비 3개, 프라이팬 2개, 12개의 식기와 컵이 전부입니다. 욕실에는 비누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삶의 본질을 제대로 누리고 찾기 위해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뺄셈의 미학을 누리는 삶입니다. 덧셈만이 삶의 지름길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과잉 소비 조장 풍조에 속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을 일절 소유하지 않기로 결단하는,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은 반가운 현상입니다.

삶의 뺄셈에 있어 세계 챔피언은 세속의 삶을 모두 버리고 숲으로 들어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아닐까요?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가르치는 일에 잠시 종사하기도 했습니다만, 물욕과 탐심으로 치닫던 미국 초기 자본주의 모습에 염증을 느낀 그는 숲속에 오두막 한 채를 짓고 단순한 삶을 시작합니다. 1845년. 그가 숲으로 들어가면서 남긴 말입니다. “삶이란 너무도 소중한 것. 나는 삶을 깊게 살아보고 싶었고 삶의 정수를 끝까지 마시고 싶었고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없애 버리기 위해 강인하고도 엄격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먹구름 너머 눈부신 삶을 만나기 위해서는 깃털처럼 가벼워야 힙니다. 아름다운 인생 소풍을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을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