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

현재 경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가 있다. ‘동경’은 고려시대 중요 도시 삼경 중 한 도시를 지칭하는 말로, 고려시대 경주의 옛 지명이다. 동경견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현종 10년(1669년)에 경주 부윤 민주면이 ‘동경지’를 증보한 ‘동경잡기(東京雜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성호사설(星湖僿設)’, ‘신라회고(新羅懷古)’, ‘해동지(海東誌)’, ‘고금석림(古今釋林)’등의 고문헌 속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대한제국 순종황제 때 간행 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도 “동경의 지형은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형상인 까닭에 그곳에서 태어난 개는 꼬리가 없거나 짧은 것이 많았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동경견을 구이(狗異. 이상한 개)로 기록하고 있다. 또 세종 후기의 문헌인 ‘동국어록(東國語錄)’에는 “꼬리가 짧거나 없는 개를 동경구(東京狗)라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5~6세기 경 경주 신라의 고분군에서 출토되는 개 토우에 꼬리가 짧으며, 귀가 꼿꼿한 동경견이 멧돼지 형상의 동물과 대치하고 있는 장면을 볼 때 동경견은 멧돼지 사냥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동경견은 꼬리가 짧은 단미견(短尾犬)인 동시에 노루처럼 꼬리가 짧은 특징 때문에 장자견(獐子狗)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럽의 사냥개들이나 경비견의 경우 사람이 꼬리를 잘라주는 경우가 있는데 개가 사냥감에 접근할 때 꼬리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추격이나 사냥할때 꼬리에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미리 방지하는 이유가 있다. 동경견은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거나 없어서 사냥에 효용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시의 지원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시의 지원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동경견은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양한데 경상도에서는 ‘댕갱이’, 전라도에서는 ‘동개’, 강원·경기도에서는 ‘동동개’ 등으로 불린다. 이들 명칭은 모두 꼬리의 모양인 단견(短犬)과 출산지인 ‘동경’이 음운 변화된 결과로 민간 어원적 혼착에 의해 두 가지 명칭이 유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북대 이상규 교수는 해석한다. 19세기 경에 쓴 백과사전식 유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는 개와 관련된 가장 다양한 명칭이 실려 있다. 먼저 ‘개’에 대응되는 한자어는 ‘狗, 犬’이며, 땅에서 자라는 양(羊)을 지키는 목견으로서 그리고 “문을 지키는 일(守門使)”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물명유고’에서는 경주개를 ‘동경개’라고 하여 ‘장자구(獐子狗)’라고 하고 있는데 비해 ‘광재물보’에서는 동경개를 ‘궐(厥)’이라고 부르거나 ‘독미견(<79C3>尾犬)’이라고 부르며 이 개의 유래를 “우리나라 동경 곧 경주 지역의 개로(出我東慶州地)”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녹미구(鹿尾狗), 노(<3E9C>)(長毛犬), 獅子狗(더펄개), 花犬(바독개), 오룡(烏龍)(감졍개 黑犬), 백룡(白龍)(세인동이 白犬), 패(<7308>)(발발이 短頭狗), 금사구(金絲狗), 향구(香狗)(내 맛난산양개), 오(獒)(狗 四尺), 한로(韓盧)(良犬名), 송작(宋<3E71>)’ 등의 개의 명칭을 밝혀두고 있다.

‘광재물보’의 내용 중 주목해볼 부분은 녹미구(鹿尾狗), 노(<3E9C>)(長毛犬)라는 기록에서 꼬리짧은 개라는 뜻인 ‘녹미구(鹿尾狗)’를 털이 긴 개를 뜻하는 ‘노(<3E9C>)’로 기록한 점으로 보아 꼬리가 짧으면서 털이 긴 장모견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어유해’(1690년)에서 이미 “장자구(獐子狗) 동경개”와 “녹미구(鹿尾狗) 상동”으로 표기되어 있어 장자구와 녹미구는 꼬리짧은 경주지역 개로 동일한 개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신라 경주의 꼬리짧은 동경견 중에 털 긴 개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신라와 연관된 경주 건천지방의 구전 가운데 김유신 장군이 군견으로 데리고 다녔다는 개 이야기가 있는데 경주, 동경견의 원종이다. 털이길고 꼬리가 짧은 모습을 상상해본다. 신라의 천마도에 그려진 천마를 복원하고, 천마를 탄 김유신 장군과 군견, 경주 동경견 이야기로 경주의 문화콘텐츠 원형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천년고도 경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관광콘텐츠를 개발 하는 일에 견마지로를 다 해보고 싶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