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아프간하운드.

태초에 회색늑대와 현재 개의 조상이 되는 개 종류(kind)의 동물이 있었다. 자연선택과 사람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개과 야생동물과 개들이 유전자 조절에 의해 분화되어 왔는데, 사람들은 시대와 상황에 맞도록 오래전부터 개에 대한 품종개량을 하여 왔다. 품종이라는 용어는 인간에 의해 개발된 동물에게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고립된 지역에서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다른 모습으로 인해 구분되는 동물은 아종이란 말을 사용한다. 인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를 구별할 때 보통 아종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품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도코끼리 순종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순종이라는 용어도 인간의 선택이 많이 들어간 동물종들, 즉 경주마나 개의 경우에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개들의 품종이 뭔지 물어보고 순종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품종과 순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내포된 의미는 인간의 선택과 노력이 들어가 있는 동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수가 많은 개 품종은 독일 셰퍼트인데, 역사가 오래된 품종들에 비하면 최근의 새로운 품종으로 볼 수 있다. 100여년 전에 독일의 기병장교인 스테파니츠가 독일 칼스루 지역의 외모와 능력이 뛰어난 개를 선택해 셰퍼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때 선택된 최초의 개를 셰퍼트 순종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칼스루 지역에서 선택된 최초의 개들은 셰퍼트 원종이라 부르며, 세월이 지나 혈통기록이 갖춰지고 특정한 기준에 의해 외모, 품성 등 특징이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된 개가 셰퍼트 품종이 되고, 혈통기록이 확인되는 개를 순종 셰퍼트라 부를 수 있게 된다. 스테파니츠는 당시에 말(馬)을 브리딩(breeding)하는 교과서로 불리는 “마체 심사론”이라는 책을 이해한 사람으로 보인다. 개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 비절 각도와 관련한 이야기 등은 대부분 경주마 브리딩 과정에 고려되었던 내용을 셰퍼트의 브리딩에 접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기술로 처음 생물학적인 복제에 성공한 개는 스너피라는 이름이 지어진 아프간하운드 품종이다. 누가 보더라도 감탄하게 되는 아름다운 긴 털을 자랑하는 아프간하운드의 원종은 쥐뜯어 먹은 모양의 털을 가진 볼품없고 보잘 것 없는 모양의 아프간 지역의 개였다. 척박한 환경에 있던 아프간하운드의 원종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품종의 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장미가 만들어진 과정과 비견할 수 있다. 장미의 원종은 야생 찔레꽃인데, 보잘 것 없는 야생 찔레꽃을 아름다운 장미꽃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600여품종의 개들은 각각 사람들의 창의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

독일 셰퍼트
독일 셰퍼트

근대의 개 품종 분류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여러 나라로 전파되었다. 그래서 영국애견단체는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의미로 정관사 THE를 애견단체 이름 앞에 붙여서 사용한다.(The kennel Club은 영국애견단체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단체이기도 하다.) 영국애견단체인 The kennel Club은 개의 품종을 크게 사냥개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나누었다. 사냥개는 건독, 하운드, 테리어로 나누고, 개로는 유틸리티, 페스러럴, 토이 종을 포함한 7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미국애견단체인 American kennel Club(AKC)은 하운드, 스포팅, 테리어, 논스포팅, 워킹, 허딩, 토이, 미설레니어스로 8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개의 품종화와 브리딩에 의한 개량은 사람의 손을 거친 인위적 선택이기 때문에 적은 수의 개체군에서 많은 자손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병목 현상은 유전적 대립 형질 가운데 일부를 사라지게 한다. 개의 품종개량에서는 최초의 교배 개체군 선택에서, 그리고 품종을 공인받기 위해 특정한 특징만을 남기는 과정에서 유전자 병목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적절한 유전적 건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품종 자체가 특이한 유전적 질병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개 품종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과 암과 같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있는데, 품종화된 개 연구를 통해 사람 질병관련 유전자들을 찾아내고 있고, 향후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