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잠망경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마침내 수장을 맞았다. 지난해 김대유 사장이 퇴임한 이후 새로운 인물을 찾기 시작해 무려 세 번째 공모 끝에 겨우 적임자를 찾았다.

김성조 신임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지난 22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김 사장은 관광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공사 북부지소에 들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25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들어간다.

김성조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철우 지사가 관광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있는 것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관광공사 대표가 된 만큼 지금까지 익힌 경험과 철학을 앞세워 경북관광활성화에 온 몸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철우 지사의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업적을 내놔야 하는 등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김 사장이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철우 지사가 각고면려와 삼고초려를 거듭했지만 1차 관문에선 재공모로 결론났다. 2차공모에선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응모했고, 거의 낙점되는 분위기였다. 국정원 출신인 김 전 부시장은 이철우 도지사와 돈독한 관계였고 평가도 좋았다. 그 즈음 이 지사 또한 한 좌석에서 “김 부시장은 선배와 동료 후배를 아우르는 성격에다 업무능력 또한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은 김 전 부시장이 거의 경북관광공사 사장으로 굳어졌다는 감을 잡았다.

하지만 장기간 낙점이 안돼 도청 내외부에서는 많은 뒷공론이 돌았다. 당시 이 도지사가 가전제품박람회 참석차 미국출장을 앞둔 시점에서도 결정을 하지 않아,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이 돌더니 결국 김 전 부시장은 낙마했다.

김성조 전 국회의원은 이후 이어진 3차 공모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면접을 거쳐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과 함께 이름이 이철우 지사 테이블에 올라갔고 결국 낙점을 받았다.

김 사장 선임을 두고 안팎에서 아직도 이런저런 야기들도 적지 않다. 김 사장이 전직 국회의원에다 대학 총장까지 역임한 거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관광과는 거리가 좀 있기 때문이다. 당초 선정 과정에서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좀 유리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 배경도 전문성 면에서는 앞선다는 평가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고 김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운을 타고났다고 생각된다.

그에겐 공교롭게도 고비고비마다 운대가 들어왔다. 마치 연못속에서 몸을 움츠리다 비바람이 몰려올 때 단번에 승천하는 것처럼…. 그가 응모했을 당시 도청출입기자들도 김 사장의 관광공사행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으나 보란듯이 넘어갔다.

김 사장은 1958년 11월생으로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흘러간 물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워낙 젊었을 때인 30대에 경북도의원을 두 번이나 역임하고, 바로 국회의원에 도전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당시 최고의 실력자였던 허주(虛舟) 김윤환 의원을 꺾는 등 화려한 정치역정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후 내리 3선의원으로 승승장구하다 4선에 실패했다. 잠시 야인생활을 하다 한국체육대 총장으로 복귀했다. 풍운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번 달 한체대 총장을 마치자 마자, 다시 새로운 단체를 맡았다. 그야말로 관운이 대박을 넘었다.

그에게도 보이지 않는 위기도 있었다.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거의 내정됐었다. 하지만 일이 뒤틀리면서 가지않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만약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갔다면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경북의 관광을 컨트롤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철우 지사가 임명한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이 지사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잘 아는 인사를 뽑은 것 아니냐는 즉 ‘입맛대로 인사’를 했다는 말도 듣고있는게 사실이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김 사장이 이 자리가 과연 맞는가’라고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이를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야한다.

이 지사는 단기간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관광활성화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삼성출신 경제부지사를 뽑은 것도 관광도 염두에 둔 인사다.

베트남 현지에 삼성근로자들이 수십만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경북으로 관광차 불러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이다. 향후 경북관광 활성화는 경북도 전우헌 경제부지사와 김성조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양 축으로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조 신임 사장은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쌓아온 국회의원과 대학총장 등 여러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경북도가 문화관광을 발판 삼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북도는 요즘 고난의 여정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예타면제 사업 부진, 하이닉스투자유치 실패, 원해연유치 난항, 통합공항 이전 지지부진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김 사장이 경북도정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바라보는 눈들이 많다.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