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현 경북도청본사
▲ 손병현 경북도청본사

“공무원만 애 낳고 키우나요?”

‘아이 키우기 위한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경북도의 공무원 재택근무제 도입 기사가 나간 날 아침 기사에 대해 대뜸 걸려온 전화의 서두다.

경북도는 29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경북형 재택근무제’를 다음 달부터 시범 운용한다고 밝혔다.

경북형 재택근무제는 출산예정 및 출산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5일 근무 기간에 최대 4일을 자택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하루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도다.

재택근무자는 가정에서 정부 원격근무서비스(GVPN)를 활용해 전자결재 등을 하고 대면보고 등이 필요한 경우 주 1회 사무실에 나와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경북도청 공무원이 자녀를 낳으면 3개월간 출산 휴가뿐 아니라 9개월간 재택근무로 최대 1년간을 마음 놓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또 본인 선택에 따라 육아휴직을 하면 최장 4년간 아이를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월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대범한 발상이자 나름 참신한 내용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의 느낌은 사뭇 다른듯했다. 전화를 걸어온 이도 그런 감정이었던 듯하다.

그는 “공무원이야 어떻게든 월급이 착착 나오니까 가능하지만 우리같은 회사원이 그러면 당장 눈치가 보이는 것은 물론 잘리고 말텐 데 이런 정책이 과연 민간에 확산될 수 있겠습니까”고 따지듯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공무원)에게만 해당하는 정책으로 일반 시민들은 ‘그림의 떡’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지역의 공무원도 “정부중앙부처와 같은 대민사업을 담당하지 않는 공무원이면 몰라도 시민을 직접 상대하는 우리같은 일선 공무원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누구는 사무실에서 누구는 집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도 공무원은 총 2천432명 중 여성은 675명, 이 가운데 50세 미만 가임기 여성은 593명이다. 현재 기준으로 재택근무제를 신청이 가능한 생후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총 7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3명이 재택근무제를 신청했고, 연말까지 추가로 1명을 더 선정해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아마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인들 못하랴는 비상국면이기도 하다.

도의 정책이 일부집단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민간으로 확산되고 분위기를 선도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제 등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볼 때 ‘도청 공무원 참 좋다’라는 원망섞인 느낌만 주는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임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만 애 낳고 키우냐”에 대한 질문에 경북도가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답할 차례다.

/wh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