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공단 수출 곤두박질
6월 2억4천만달러 그쳐
작년 동기비 26.4%나 ↓
생산·고용·투자도 감소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
회복 불투명해 더 걱정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증가 추세를 보이던 포항철강공단업체의 수출과 생산실적이 6월부터 꺾였다.

극심한 불황(不況)의 어두운 그림자가 철강도시 포항에도 예외 없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며 그럭저럭 버텨왔으나 지난 6월을 고비로 수출과 생산실적 모두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1일 포항철강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철강공단 입주 274개 업체의 수출실적은 2억 3천948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서는 14% 감소했고, 지난 1월의 2억7천833만 달러에 비해서도 14%(3천885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2천530만 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26.4%(8천582만 달러)나 감소했다.

생산실적도 6월말 현재 1조1천286억원으로 전월 대비 5.3% 감소했고, 지난 1월의 1조1천516억원에 비해서는 2%(230억원)가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천115억원)에 비해서는 6.8%(829억원)나 감소했다.

생산실적이 줄면서 고용도 덩달아 감소했다. 6월 현재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수는 1만4천458명으로 지난 1월에 비해서는 28명이 줄었고,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서는 187명이나 감소했다. 이러다보니 휴·폐업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까지 휴·폐업 업체는 18개사 19개 공장으로 조사됐다. 또 공장을 건설하다 중단한 곳도 24개 업체나 달해 전체적으로 40여곳 이상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문닫은 상태다.

수출과 생산이 꺾이다보니 설비투자는 아예 엄두도 못낸다. 설비투자는 18년 만에 4개월 연속 뒷걸음쳤고, 기업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심리지수(BSI)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경제의 실물지표와 심리지표가 동시에 추락한 것은 그동안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기업의 투자의욕이 떨어졌고,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악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되기 보다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요인이 많은 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앞으로 경영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A사 김모 전무는 “수출이 안되니 자연적으로 가동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계획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5.9% 줄어 4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꺾인 것은 지난 2000년 9~1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생산은 올해 3월 0.9% 감소에서 4월(1.4%), 5월(0.2%)엔 증가했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실물지표는 물론 기업들의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체 산업 업황에 대한 BSI는 75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고, 17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한은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은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20.9%)과 ‘인력난·인건비 상승’(14.2%)을 꼽았다. 인력과 인건비 탓에 어렵다는 응답 비율은 6월보다 2.2%포인트 올랐다. 지난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김영헌 관리팀장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던 수출과 생산실적이 지난 6월부터 꺾이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의 여파가 포항철강공단에도 본격적으로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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