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때가 있었다. 임금과 스승, 그리고 아버지는 같은 반열이라 하여 선생을 지극히 존경하기도 하였다. 오늘 우리는 어떤가. 선생의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학생과의 관계가 깨어진 나머지, 선생님들 스스로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누구의 잘못일까.

선생님은 누구인가? 선생님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학생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그들이 사람노릇을 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이 선생의 할 일이다. 이 두 가지, 즉 지식전수와 인성개발의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선생님 각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일일 것이다. 지난 세기 시대적 요청에 따라 우리는 스승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잘 가르쳐 ‘아는 것이 힘’이 되도록 이끌어 왔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그 일을 매우 훌륭하게 해 오신 덕에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전달할 새로운 지식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날의 선생님과 오늘의 선생님은 그 직함은 변함이 없으되 하는 일은 매우 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그 어떤 새로운 지식도 학생들 쪽에서는 새로울 것이 그리 많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것이 있다고 하여도 순간순간 바뀌어 가는 현실 앞에 고정적인 정답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 변화를 먼저 감지하는 쪽은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이 되어 버렸다. 이런 마당에 선생님은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 것일까. 선생의 역할 그 본질로 돌아가 보자. 지식전수와 인성개발. 새로운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이제는 함께 배우고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지식 그 자체의 성격이 고정적이기보다 매우 유동적이며 빠르게 변화하여 가는 것이라면, 이제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오히려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가는 세상의 모습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변화의 양태가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 이전의 어떤 변화를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인성개발’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역할이 디지털문명에 조금씩 밀려나는 상황. 사람이 사람 역할을 하기도 버거운 세상. 혼자도 어려운데 함께 하기는 더욱더 힘들어지는 마당. 바로 이럴 때 우리는 바른 ‘인성’을 키워내야 하지 않을까. 선생의 역할을 단순한 지식전수로부터 과감히 옮겨 인성개발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선생과 학생이 함께 배우고 나누며, 발견한 그 무엇이라도 이제는 이를 어떻게 사용하여 우리 모두의 삶에 유용하도록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교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선생이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기만 하는 일방통로가 아니라, 선생과 학생이 함께 배우고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바뀌어 버린 세상을 지혜롭게 읽어내어 선생과 제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성공은, 달라진 세상을 누가 먼저 눈치채고 그에 어울리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그 같은 변화를 잘 담아내기만 하면, 학생들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학교에서 담아오는 세상의 변화를 가정의 부모님들도 존중하지 않을까. 혁명이라 불리는 변화 앞에 우리는 또 얼마나 혁명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인 것이다.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잃어버린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새롭게 돌아올 수도 있고 끝끝내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