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것 옮기고 구부린 자세
허리 통증·무릎 뻐근함 불러
추워진 날씨도 통증의 원인
틈나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관절 풀어줘야 통증 덜해

“세월만큼이나 야속한 게 김장철이지. 연중행사가 따로 없다니까. 목욕탕 가봐, 여기저기 끙끙 앓는 소리지.(웃음)”

주부 윤순자(58·남구 오천)씨는 어김없이 찾아온 김장철을 야속하다고 했다. 김장은 주부들에게 강도 높은 집안일이다.

그는 “종일 쪼그려 앉아 김치를 담그고 나면 며칠은 손목이며 어깨며 안 아픈 곳이 없어. 올해는 그나마 좀 편하게 해보겠다고 김장매트를 사봤는데, 좀 나으려나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명절만큼이나 `고강도 주부노동`으로 꼽히는 김장 시즌이다. 무거운 배추와 양념통을 들어 옮기고 구부린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나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다 보면 삭신이 쑤실 수밖에.

김장은 앞으로 일년간 식탁에 오를 김치를 대량으로 담그는 일이다. 최근에는 가족구성원 수가 줄어 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동강도가 센 편이다. 한 명이든 두 명이 먹든 배추 사서 절이고 양념 만들어 버무리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반복 노동을 장시간 하다 보면 관절 건강을 해치기도 하는데 이를 `김장증후군`이라 부른다. 주로 50대 여성들이 손목이나 허리,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

중년 여성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허리 주변 지방이 증가하는 데 비해 근육과 인대는 약해진다. 작은 충격이 염좌나 디스크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척추와 관절 노화가 시작된 연령대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장은 재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쪼그리고 앉아 해야 하는 작업들이 많다. 배추와 무를 손질하고 숨을 죽이는 과정부터 양념을 준비하고 버무리기까지 쉬운 일이 없다.

전문의들은 바닥에 앉아 등을 앞으로 구부리면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하중이 허리에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쪼그려 앉으면 체중의 7배나 되는 압력이 무릎으로 전달된다. 김장 과정에서 허리 통증과 함께 무릎의 뻐근함을 느끼기 쉽다.

추워진 날씨도 통증의 원인이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은 쉽게 굳어진다. 여기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지면 급성 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장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나 관절을 풀어줘야 한다. 가급적 허리와 무릎을 꼿꼿하게 편 상태에서 김장하는 것이 좋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평소 무릎 관절이 좋지 않으면 엉덩이를 들고 쪼그려 앉는 자세가 몸에 가장 해롭다. 꼭 앉아서 일해야 한다면 욕실의자 같은 보조의자를 사용하고 김장 중 허리 펴기, 기지개 켜기, 손목 돌리기와 같은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김장 복장으로는 최대한 활동하기 편하고 따뜻한 옷을 추천한다.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김장하면 관절과 근육이 쉽게 굳는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추위로부터 척추와 관절을 보호하고 활동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목도리로 목을 감싸 체온 유지도 신경 써야 한다.

고무장갑 속에 면장갑을 끼면 손가락이 시리거나 뻣뻣해지는 것을 막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실 테이블 위에 재료를 얹어 허리를 받칠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작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장매트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장이 끝나면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고 통증이 있는 부위를 찜질해주는 것이 좋다.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평소보다 운동량을 늘리다간 오히려 척추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통증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척추나 무릎관절에 퇴행성변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고 심하면 디스크 돌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추위에 약한 관절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염증이 발생한다. 김장철 주부들이 자주 겪는 염증 질환으로는 건초염, 관절염이 있다. 생강이나 마늘, 양파는 염증을 예방하는데 탁월하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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