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역사의 흐름은 문자와 철기를 가진 사회나 국가가 그런 편리하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기(利器)를 갖지 못한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거나 멸망시켰다. 미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진보된 인간 생활의 총체를 문명이라고 볼 때, 이러한 사회발생의 징표로 문자와 청동기나 철기의 사용을 들 수 있겠다. 상고사에서는 비록 원시적인 부족국가이지만 철의 생산과 확보가 곧 한 나라의 국력과 결부된다는 중요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고대 춘추오패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초나라 장왕이 주나라 사신에게 구정(九鼎)이라는 솥의 무게를 물어본 유명한 일화는 당시 장왕이 구정을 빼앗아 자신이 천자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동정(銅鼎)은 중국의 상나라나 주나라 이래로 사용된 중요한 예기의 하나로서 신분을 나타내고 정치적 권위나 국력을 상징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도 안함로(579~640)의 삼성기(三聖記)에 `배달국의 18대 환웅 중 제14대 자오지 환웅천황(기원전 2707년)인 치우천황은 신라시대의 기와무늬였던 도깨비 얼굴로 `머리는 구리로 두르고 이마를 쇠로 가린 모습이었으며 쇠로 무기를 만들어내니 온 천하가 두려워 치우천황이라고 불렀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5000년 전에 이미 우리는 철제무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비한 역사드라마 `주몽`에서도 보았듯이 한사군의 강한 철기에 맞서 고구려 또한 강한 철의 야금술을 개발해 고구려를 건국한 실제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철의 유통량에 따라 정주적(定住的) 또는 이동적인 대장장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철제품을 수리하고 축소 재생산해 경제구조나 병기개발의 기조가 되는 경향이 강했던 고대사회에 반해 오늘의 부국강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철소의 거대산업화는 부를 가져오는 반면 환경문제도 함께 유발한다. 철 자체의 이미지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따뜻하고 곡선적이고 전원적이며 긍정적인 이미지에 반해, 차갑고 기하학적이며 도시적이며 인위적인 부정적요소가 강하다. 이로 인해 철강 산업을 기반에 둔 공업도시인 포항 역시 철의 부정적 요소가 강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술집과 빈민촌을 문화예술 중심지로 바꾼 퐁피두센터나 철광산업이 내리막길을 접어들어 도시가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자 몰락하는 공업도시를 건축물, 조형물, 가로등 등을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꾸며 세계적인 명소로 바꾼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처럼 포항도 철강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염과 부정적 이미지를 최소화하는 녹색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친환경적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신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즉 예술문화도시 형성을 통해 주민의 의식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시민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금속을 기반으로 한 스틸아트 뮤지엄과 형산강, 송도, 동빈내항, 환호공원을 잇는 아트웨이를 조성해 철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과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차가운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깨고 예술도시로서의 모습으로 가꾸어 왔지만, 작품들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지 못하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관계로 그 연속성이 끊어진지 오래다. 다행히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Hello Steel`을 주제로 철강기업체 근로자와 국내 유명조각가를 비롯해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학생들까지 참여한 스틸작품이 전시된 시민 참여형 축제 프로그램인 `2017 포항아트페스티벌`에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하니 이 축제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철을 소재로 한 독특하며 이색적인 이 축제를 미래의 포항지역을 차가운 공업도시에서 예술문화도시로의 탈바꿈시키는 일이야말로 포스코와 포항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선진문화의식에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