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조작` 관련
국민의당 의원 12명
“자숙하는 모습 보여야”
내홍 가시화 조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의 `재등판`을 선언했다. 지난 달 31일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지도부와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인지 사흘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27일에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면서 “지난 백여일 간의 괴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됨을 깨우쳐줬다”고 재등판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국민은 그저 포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정쟁에 동원될 것이다.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것이 제3당의 몫이고 가치이다. 다당제의 축은 국민의당이 살아야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안철수, 선당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 깃발을 들었다”며 “다음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당 혁신에 앞서 제 자신을 바꾸겠다. 절박함으로 저를 무장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당과 나라를 받들겠다”며 “저의 정치적 그릇을 크게 하고 같이 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시 국민에게 다가갈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재등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가 국민의당 내홍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소속 의원 일부는 탈당까지도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민의당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의원은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출마를 만류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선 패배, 증거 조작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경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손을 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 실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날 안 전 대표와 만나 `출마 시 탈당하겠다는 당 고문들이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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