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훈<br /><br />경북도청본사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물난리 통에 의원 해외 연수를 감행한 충북도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역에서 사상 최악의 수해가 난 비상상황에도 불구하고 외유를 강행해, 국민의 공분을 산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이라 할수 있는 의원들의 행태가 본격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중앙당이 곧바로 해당 의원들을 제명을 하는 등 각 정당이 소속 의원들의 `본헤드 플레이`를 수습하느라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충북도 의원들은 최고 300㎜의 물폭탄이 쏟아져 청주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는 물난리를 겪은 지 불과 이틀 뒤인 지난 18일 8박10일의 일정으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눈치가 빠른 일부는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멈췄고, 미련이 조금 남았던 일부는 조기귀국하는 등 여론에 등이 떠밀려 연수(?)를 자진 포기하기도 했다.그러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수를 떠나기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특별재난 구역 선포를 요구한 후 바로 다음날 외유를 강행한 후안무치가 오십보백보란 평가다.

이런 와중에 해외현지에서 김모 의원의 `레밍` 발언이 불거지면서 성난 민심은 기름이 부어진 격이 됐다. 한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레밍 막말`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순식간에 인터넷 포털을 뜨겁게 달구었다. 게다가 박모 의원이 도의원에 대한 의전과 예우가 소홀하다고 도 간부들을 질타한 사실도 밝혀지면서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뒤늦게 봉사에 나서거나 발언의 일부만 편집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론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일회성 해프닝을 봐 넘길 것이 아니라 비슷한 행태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며 넘어간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번 사태가 충북이 아닌 경북에서 물난리가 났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으면 경북도의원들은 어땠을까. 충북도의원처럼 외유를 강행했을까, 아니면 도민의 시각에 맞춰 외유를 취소하고 바로 피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갔을까. 도의회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정답은 `글쎄`다.

경기도와 충청도 등에서는 수해피해가 막심하지만 경북 일부 지역의 경우 가뭄피해 또한 대단하다. 전국적인 물난리에 이슈가 묻히고 있지만 경주· 포항 등 동해안 일부지역은 저수지가 바닥을 보인지 오래됐고, 농작물이 고사하는 등 타들어가는 등 농심은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짓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의원들이 이들 지역을 찾아 물 한 바가지라도 보태면서 농민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도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봐야 가뭄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자세만으로도 감동을 줄 것이다.

어쨌든 경북도의회 의원들은 최근 별 탈없이 남미와 유럽 등으로 무사히 의원연수를 다녀왔다. 선진지를 봐야 행정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연수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앞서 열렸던 각종 상임위나 예결위에 의원들 상당수가 불참, 정족수를 채우기에도 급급해하던 상황을 되새김질해보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원들은 내년 선거를 생각하며 지역구 행사참석을 이유로 의회에 출석조차 하지않는 등 본연의 임무를 무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충북도 해외연수 파문은 막말도 막말이지만 예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전국의 풀뿌리 의원들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mywa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