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구황동 낭산 일원
폐왕릉지 추정 유적 발굴
귀면와 등 300여점 유물 출토
미완성 석재·재활용 시설 미뤄
축조 중단한 가릉석물 추정
신라 왕릉축조 중요자료 제공

▲ 유적전경.

경주시 낭산에서 통일신라시대 가릉(假陵)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주시의 의뢰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성림문화재연구원은 경주시 구황동에 위치한 경주 낭산 일원(사적 제163호)에서 폐왕릉지로 추정되는 고분지 유적을 발굴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유적은 금제여래좌상(국보 제79호)과 금제여래입상(국보 제80호)이 발견된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7호)에서 남쪽으로 약 135m 지점의 논 경작지로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홍수로 인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 신라왕릉과 관련된 석재유물(면석·탱석 등)들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었다.

 

▲ 왕릉 석재 노출 세부.
▲ 왕릉 석재 노출 세부.

경주시는 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고 폐왕릉지에 대한 향후 복원·정비를 위해 이번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통해 신라 왕릉 조영에 사용될 탱석, 면석, 지대석, 갑석, 미완성 석재 등 다량의 석재가 확인됐다.

더불어 석재 주변에서 8~9세기 건물지와 담장, 회랑지, 도로 등과 함께 연화보상화문수막새, 귀면와, 습부정정(習部井井), 습부정정(習府井井), 정원사(鄭元寺) 명문기와 등 300여점의 중요 유물이 출토됐다.

 

▲ 배수로 전경.
▲ 배수로 전경.

발견된 갑석과 지대석, 면석과 탱석으로 추정한 왕릉의 직경은 22m 정도의 크기로 전경덕왕릉(765년)과 비슷한 규모이다.

문화재연구원은 출토된 왕릉 관련 석재 다수가 미완성인 점, 후대 조성된 8~9세기 건물지 시설에 재활용된 점, 석실 내부를 만들기 위한 부재가 확인되지 않은 점, 탱석의 십이지신상이 잘려나간 점 등을 미뤄 당시 왕을 위해 사전에 능침 조영을 준비하던 도중 어떠한 사유로 축조공사를 중단하고 왕릉을 설치하지 않은 가릉(假陵) 석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유적출토 와전류.
▲ 유적출토 와전류.

추정 왕릉 주인공은 발굴조사 결과와 십이지신상 형식으로 볼 때, 성덕왕의 둘째아들이자 경덕왕의 형인 효성왕(孝成王)으로 판단된다.

조사된 건물지는 일반적으로 신라왕경에서 확인되는 주택이나, 불교 사원 건축과는 차이가 있어 관청(습비부 관련)이나 특수한 건물의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회랑지 전경.
▲ 회랑지 전경.

이번 유적은 향후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통일신라시대의 왕릉 축조과정과 능원제도 및 신라왕경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