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우리 건설사들은 터키 프로젝트에서 일본에 참패했다. 원자로 4기를 건설하는 200억 달러(약 23조원)짜리 프로젝트를 위해 3년이나 공을 들였고, 거의 성공할 뻔했다. 그러나 일본은 막판 뒤집기를 했다. 아베 총리가 터키까지 날아가`정치`를 했고, 미쓰비시중공업 중심의 컨소시엄이 낙찰받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 건설사들은 그때의 역전패를 설욕했다. 터키가 4조원 규모의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입찰을 벌였고, 우리와 일본이 또 만났는데 이번에는 우리 `이순신 팀`이 이겼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경계선에 있는 나라이고, 동서양을 가르는 기준이 다르다넬스 해협인데,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이다. 서쪽에는 고도(古都) 이스탄불이 있고, 동쪽에는 신도시 수도 앙카라가 있다. 이 해협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놓는 공사인데, 그 길이는 3.7km로, 일본 고베의 아카시대교(약 2km)를 제치고 세계 최장의 현수교가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대림산업과 SK건설이 참여했고, 이 컨소시엄은 `이순신TEAM`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 대교` 건설에 손을 맞춘 전력이 있기 때문.

이 두 회사는 궁합이 환상적이다. SK건설은 지난 달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해저 터널`을 완공한 실적이 있고, 대림산업은 교량 건설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컨소시엄이 터키 현수교 경쟁입찰에서 일본을 이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순신은 무조건 일본에 대첩하게 돼 있어” “이순신 이름 앞에서는 일본이 맥빠지기 마련”이라며 의기양양했다.

이 현수교 낙찰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외국의 대형 프로젝트에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함께 뛰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해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러나 황교안 권한대행,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자” 의기투합해서 짜릿한 승리를 낚아냈다.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한국인의 저력`이 이번에 본때를 보였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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