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의식지도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주민아 번역
판미동 펴냄·교양

인간의 의식 수준을 계량화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내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

미국 정신과 학회의 평생회원이었던 그는 1973년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과 함께 펴낸 `분자교정 정신의학`은 이후 수많은 정신과학 연구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기념비적 저서가 됐다. 신체운동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의식 지도의 탄생 과정과 그 의의를 담고 있는 저서 `의식 혁명`을 시작으로 `나의 눈`, `호모 스피리투스`, `진실 대 거짓`, `내 안의 참나를 만나다`, `의식 수준을 넘어서` 등의 저서를 연이어 출간하며 세계적인 영적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12년 9월 19일 호킨스 박사는 행복과 사랑, 환희, 성공, 건강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이 좀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놓아 버림`을 마지막으로 애리조나 주 세도나에 있는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지형을 의식 지도로 한눈에 그려내며 올바른 의식 성장의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는 책 `현대인의 의식 지도`(판미동)가 출간됐다.

`현대인의 의식 지도`는 `내 안의 참나를 만나다`를 시작으로 `의식 혁명`, `놓아 버림`등 국내에 소개돼 온 호킨스 박사의 `의식 연구 시리즈(총 9권)`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첨예한 정치적·과학적·종교적 쟁점들을 인간의 의식 수준과 마찬가지로 1부터 1천까지 수치화 해 전체적인 담론 및 문화 지형도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전제한다. 과학기술은 나날이 더 많은 정보와 편리한 일상을 제공했지만,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기준을 알지 못하고 사실과 의견, 실재와 환상, 본질과 외관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과학을 중심으로 교육받은 현대인의 딜레마로서 이성과 믿음이라는 두 층위의 진실을 혼동하는 양상이 덧붙여진다.

저자는 이를 진단하면서 무신론자와 신자, 이슬람 대 기독교 등 소위 `문명의 충돌`은 서로 다른 의식 수준의 차이에서 야기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테러리즘, 연쇄살인, 악에 대한 신격화, 거짓된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비롯해 전 세계의 독재, 내전 등 쟁쟁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며 역사적·문화적 차이를 가진 다양한 담론과 사회 현상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오늘날 과학과 믿음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법적인 문제로 불거지지 않지만, 여전히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종교로부터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둘러싸고 이성과 믿음을 통합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현대인들을 회의주의나 상대주의에 빠지게 하거나 학문·정치·종교적인 사회 문제들로까지 비화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신앙 안에서의 믿음과 세속적 비신앙에 대한 믿음의 문제가 `갈등`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쓰였다. 과학과 종교, 영성은 애초에 대립하지 않으며, 맥락을 확장시키면 저절로 해소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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