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2016년 9월 12일 월요일 밤 8시 33분은 잊기 어려운 시간으로 남을 듯하다. 그 시각 나는 대학원동 2층 연구실에 있었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건물전체가 요동쳤다. 보던 책을 덮고 복도로 달려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20년 묵은 대학원동은 설계부터 시공과 준공에 이르기까지 부실로 점철된 5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학과 도서실에 불이 환하다. 창밖에서 대학원생들을 부른다. 하나둘씩 밖으로 나오는 청춘들. 건물의 요동은 멈췄지만 마음의 동요와 다리의 후들거림은 쉬 멎지 않는다. 그날 밤 경험한 지진은 강도 5.8의 본진이었다. 강도 5.1의 지진이 발생한 7시 44분에 산책하던 나는 지진을 감지하지 못했더랬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일청담 부근으로 자리를 옮겨 여기저기 연락해 보았다. 휴대전화는 먹통이었고, 카톡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인터넷 연결도 끊긴 상태여서 답답하고 울적한 심사였다. 함께 자리한 4명 가운데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사람은 단 하나. 상당시간이 흘러서야 통화도 카톡도 인터넷도 연결되었다.

지난여름 더위와 폭우가 기승을 부릴 때 더러 긴급재난문지를 받았다. 7월 22일 폭염주의보, 8월 17일과 20일 폭염경보, 9월 3일 호우경보가 그것이다. 2015년부터 `소방방재청`을 대신해 `국민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보내온 것으로 기억한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작년 6월 6일에 발송한 `메르스 예방수칙`이다.

“자주 손 씻기, 기침과 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발열 및 호흡기 증상자와 접촉 피하기 등”을 내용으로 한 재난문자. 이것은 매우 진화한 내용이다. 애초에 그들이 보낸 수칙은 `낙타고기 익혀서 먹기`였으니 말이다. 국민들의 고통경감이나 안전보장보다는 웃음으로 국민들의 정신보건과 위생을 책임지는 부서가 `국민안전처`아니었나?!

여기 보태진 것이 세계 1위라고 자랑해대는 정보통신의 불통이다. 엄중한 자연재해가 발생했는데 그 잘난 세계 1위 정보통신이 먹통이라니?!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직결된 위급상황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한 세계1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로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1위다. 스마트폰 보급률 80%를 넘긴 나라는 세계적으로 13개국이며, 중국은 79%, 미국은 72%의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 세계1위와 함께 정보통신 강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문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쓰임새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신속한 시간에 제공하는 것이 정보통신의 1차적인 존립근거다. 이른바 정보화 시대와 그것을 선도하는 나라에 살면서 정작 그 쓰임새에 이르러 효용이 없다면 정보통신을 어디에 쓰겠는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듣고, 게임하고 물건 사고 시시덕거리는 용도로만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위급한 시점에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을 때 그 난감함이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국민안전처`는 돌아봐야 한다.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 스스로 깨우치도록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 예방에 진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