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지난 주 월요일 저녁 9시쯤 친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것은 지진으로 아파트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 못했냐고 묻는 메시지였다. 그 날, 필자는 7시부터 9시까지 단국대학교의 한 건물 지하에서 요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지하에 있었던 탓인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파트와 같이 높은 건물에 있었던 사람들은 상당한 정도의 흔들림을 느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TV를 켜보니, 경주에서 진도 5.1과 5.8 규모의 지진이 각각 한 번씩 있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특히 본진인 5.8은 1978년의 첫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떨어져 파손되고 건물의 벽에 금이 가는 등의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전국에서 사람들이 건물의 흔들림과 같은 진동을 느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필자를 걱정하게 한 것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발전기 4기가 지진으로 인해서 운전을 중단했다는 뉴스였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는 진앙지에서 직전거리로 불과 27km 떨어져 있어 지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은 원전에 도달하는 진동의 세기가 0.1g(중력가속도)을 넘어서면 수동으로 발전소를 멈추는데, 당시 그 세기가 0.1g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측에서 발전을 중단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진도 7까지를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5.8 정도의 진동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보다는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번 지진은 5.8이지만, 다음 지진이 그보다 세기가 더 강하다면, 과연 우리나라 원전들은 안전할까 하는 불안감이 생겨나고 있다.

경주 주변에는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외에도 울산의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부산의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이 운영 중이다. 이들 발전소들은 모두 진앙지인 경주로부터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방사능 유출 사고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지진은 몇 년 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라고 한다. 원래 경주는 왼쪽의 유라시아판과 오른쪽의 태평양판이 맞부딪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태평양판이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유라시아판과 부딪치면서 경주지역 단층(양산단층)을 따라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고 지진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외에도 울산단층이 위치하고 있어 경주지역은 역사적으로 지진이 잦았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집이 무너지고 100여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지진이면 진도 6.0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 정동 원년(1035) 9월에도 경주 지역에 지진이 나 집이 많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정보들을 언론을 통해서 접하면서 필자는 왜 이처럼 단층활동이 활발한 경상도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다수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검토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단지 한국은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믿음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 것이라면 너무 안이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경주 지진은 한국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경주인근 지역에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것은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라는 불행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지진이 전국에 영향을 미쳤듯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 역시 전국적일 가능성이 높다. 노후 발전소의 계속 운영여부나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