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추석 한가위에 친지들이 모여 반가운 인사를 나눴지만 근심 어린 표정들을 감출 수 없다. 자녀들의 취업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늙었고, 한국은 그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국가 중의 하나다. 즉 기다려도 우리 기업들이 회춘할 가능성은 작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그런지 꿈이 뭐냐 물으면 명문대생들조차 공무원이라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이기적인 대답일 것이다. 또한 투자에서도 위험을 지불하지 않고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듯이 젊은이들도 도전 없이 밝은 미래를 약속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적당히 취직해서 기존의 조직에 묻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더이상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웃들을 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그들의 부모들이 그들을 위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설령 취업을 한다 해도 조직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창조이다. 창조란 여인의 산고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먼저 히딩크는 정신력을 “실패했을 때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실패는 불가피하다. 단, 그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얼마 남기지 않고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5대0으로 졌다. 그래서 히딩크에게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패배 직후 그는 오히려 “우리는 5월을 기다려왔다. 우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외쳤다. 도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히딩크는 뚜렷한 해법(solution)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필요한 첫째 조건이다.

히딩크가 대표팀을 맡고 몇 개월 지켜본 이후 “국가대표 선수들이 패스를 할 줄 모른다”고 언급했다. 기본이 안됐다는 이야기다. 축구에서 공격의 기본은 공간으로 빠져드는 동료에게 알맞은 곳에 알맞은 속도로 공을 투입하여 상대방 수비수를 벗겨내는 것인데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 흙에서 축구를 해서 그런 볼 컨트롤을 갖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축구를 잔디에서 배워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떨어뜨려 놓으면 우리의 수비가 쉽게 뚫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히딩크는 해법으로 압박을 선택했다. 축구장 중간 라인부터 상대방 공격수가 돌아설 수 없을 정도로 밀착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프랑스에게 5대0으로 진 것도 한계를 넘어선 체력훈련 때문에 선수들이 몸이 극도로 피로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을 그렇게 훈련시켰던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5월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선수들의 몸이 얼마나 강해질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들이 창조를 위해 필요한 둘째 조건은 신념이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유도 금메달리스트는 안병근 선수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도중 간염에 걸려 퇴촌됐었다. 비인기 종목인 유도 선수에게 올림픽은 인생의 목표였을 터인데 얼마나 상심했을까? 그는 대구 칠성시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동생은 “어느 날 형 방문을 열었더니 형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안병근은 가난한 그의 집 한 편에 누워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의 처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훈련이라도 계속했던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위험 회피자(risk averter)라고 한다. 그러나 그릇을 크게 만들어 놓고 물을 부으면 그릇이 차고 넘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물 붓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실패가 찾아오겠지만 끊임없이 해법을 찾고, 꾸준한 노력을 더한다면 결실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