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대 혜공왕이 등극하면서 신라는 망조가 들기 시작한다. 재위 16년 간 5번의 지진이 발생했고, 779년의 강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서라벌의 집들은 대부분 목조 기와집이었고 `내진설계`란 것도 없고, 철근콘크리트도 없었으니 오늘날의 중국, 아이티, 이탈리아 처럼 강도 6 정도의 지진에도 피해가 심했다. 혜공왕은 이 지진이 일어난 다음해에 쿠데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이 왕과 왕비의 목숨을 뺏은 것이다.

경주에서 진도 5.2, 5.8 두 개의 강진이 왔지만 인명 피해나 넘어진 가옥이 없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중부 산간지역에서 6.2의 지진으로 300명이 희생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경미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탈리아 지진의 진원(震源)은 깊이가 5㎞에 불과했지만 경주의 진원은 15㎞나 됐으니 지진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많이 약화됐다. 또 경주 지진의 에너지는 고주파였다. 고주파는 거리가 멀수록 힘이 떨어지니 땅을 흔드는 시간도 짧다. 또 한국의 땅은 흙이 적고 암반이 많아서 지진에 잘 버틴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란 경고음이 전부터 나왔지만 다들 귓전으로 흘려들었다. 국민안전처의 올해 지진예산은 고작 10억원에 불과하고 내년 예산은 `획기적`으로 올려서 56억원이다. 지진발생 다음해에는 예산이 올라가고, 한동안 잠잠해지면 다시 내려가는 시소예산이 한국의 지진예산이다. 이번 경주 지진은 `역대 최대 규모`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1년만 지나면 잊어버린다. 냄비근성에 건망증 심한 것은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진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2011년이지만 그동안 심의지연·자동폐기 등 지지부진했다.

우리나라의 고질병이 `괴담`이다. “첨성대가 쓰러졌다”, “1시간 이내로 진도 7이 온단다”, 또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의 화재사진을 올려놓고 “경주시 상황이다”, 먹구름 사진을 올려놓고 “지진을 예고한 구름”이란 설명을 붙인다. 유언비어로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처벌할 법률이 꼭 필요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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