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9월 26일 구소련 핵전쟁관제센터 레이더 스크린에 미국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대륙간핵탄도미사일(ICBM) 한 발이 감지됐고 잠시 후 5개로 늘었다. 메뉴얼대로라면 소련은 즉시 반격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현장 책임자 페트로프는 “뭔가 이상하다”했다. 핵무기를 날려보낼 `마땅한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인류를 멸종시킬 핵전쟁을 이유 없이 벌일 미국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의 오랜 경륜과 육감은 틀리지 않았다. 스크린에 비친 것은 `인공위성의 착각`이었다. 햇빛을 `ICBM 발사 섬광`으로 잘못 인식한 것.

1937년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아인슈타인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무래도 히틀러가 핵무기를 제조할 것 같다는 것과 그 미치광이 손에 핵무기가 들려지면 지구는 멸망을 피할 수 없으니 미국이 선수를 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대인인 그는 `인종청소`를 피해 미국에 망명해 있었고, 히틀러라면 이를 갈았으니, 이같은 권유를 했고, 대통령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영국과 캐나다가 협력했고, 물리학자 수학자들이 대거 동원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히틀러가 몰락해 가자 “독일이 핵무기를 만들 것같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상은 빗나갔고 그는 즉시 루즈벨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핵무기는 가장 더러운 무기입니다. 만들기는 하되 부디 사용하지는 마십시오. 핵탄 제조를 권한 것은 제 실책입니다”란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두 발의 원자탄을 투하했고, 그것은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 안될 인류 전체의 재앙”이란 실증적 교훈을 주었다.

법치국가에는 `핵무기 통제 규칙`이 촘촘히 짜여져 있지만 독재국가가 가진 핵무기에는 그런 안전장치가 없다. 최고권력자 말 한 마디에 그냥 날아간다. 특히 그 최고존엄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의 살인마라면 `통제·안전 장치`는 전혀 없다. 유엔이 북핵을 지극히 경계하며 최상위급 제재를 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더러운 무기`를 가진`최고 존엄`은 `최고 재앙`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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