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최근 애플을 팔고 삼성전자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애플은 휴대폰을 만들지만 하드웨어보다는 앱(application)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화한다. 장래에도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철저한 하드웨어 업체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가는 것이 대세라고 여겼다. 그래서 애플을 사고, 삼성전자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가도 그렇게 움직였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신경제는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신경제가 바람직한 것이나 구경제를 잠식하며 대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공유경제`라는 선물을 줄 수 있지만 당장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기존의 화석연료 자동차 산업을 잠식할 것이다. 또 온라인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아직 스스로의 돈벌이를 찾지 못한 채 기존 오프라인을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 세계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환자가 수술 받을만한 체력이 없는 것처럼 과감히 구경제를 파괴하며 신경제를 도입할만한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 결과 신경제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투자자들은 IT분야에서 당장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구부러질 수 있는 화면(flexible OLED) 등 하드웨어 뿐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결국 장기적(또는 전략적)으로는 애플을 사고 삼성전자를 파는 거래가 적절하나 세계경제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 신경제를 받아들일 때까지 단기적(또는 전술적)으로는 그 반대의 흐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사고, 현대차를 팔겠다고 한다. 삼성전자에게 성장잠재력을 볼 수 있다면 자동차 전장(electronics)부문일 것이다. 현재 자동차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부문)이다. 한편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해지면서 전장부문의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전장부문이 파워트레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보안 때문에 전장부문을 내재화시키거나 보쉬(Bosch)같은 지배적인 사업자에게 보안을 약속 받고 기술을 의뢰한다. 즉 삼성전자가 끼어들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엔진이 없어진다. 또 미래 전기차 사업의 주도권은 애플, 구글, 테슬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다. 이들은 하드웨어가 없어 삼성전자 같은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고, 또 이미 삼성전자의 고객이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배기가스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2020년부터 중국에서조차 자동차 연비를 1리터당 20km까지 끌어올릴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유럽 평균 연비는 리터당 14.5km이다. 도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카프리우스의 연비가 21km이다. 결국 전기차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2020년까지 4년 남았는데 그 안에 획기적으로 연비를 개선시킬 기술이 아직 없다. 즉 돈으로 때워야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1대당 1,000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판매원가를 2만달러 정도로 가정하면 5%에 달하는 추가비용이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이다. 즉 수익원이 모두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비 규제가 강화됐을 때 가장 타격을 받을 업체는 기술력이 취약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므로 폭스바겐, BMW, 현대차 등 해외 선진브랜드의 중국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넓은 소비 시장을 제공하는 대신 선진업체들로부터 기술을 빼앗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빼앗는 속도를 높이면 된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가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예뻐 보였던 때가 드물었다. 하드웨어가 다시 지저분해지기 전에 삼성전자는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