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계획 2년 지나도 미완
파도로 선체 안전성에 문제
지역 기상여건 고려치 않고
무리한 사업추진 예산만 낭비

▲ 높은 파도로 인해 배 내부 뒷부분이 휘는 등 안전에 문제가 생긴 문산호. /영덕군 제공

영덕군이 6.25 한국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한 상륙함(LST) 문산호 복원·전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낭비한 사실이 경북도 감사결과 드러났다.

영덕군은 장사상륙작전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문산호를 지난해 5월 65년 만에 복원해 배치한데 이어 내부에 전시할 콘텐츠 설치를 거의 끝냈다.

문산호는 2천t급으로 길이 90m, 폭 30m, 높이 26m이고 부산 조선소에서 1년 4개월 동안 건조한 뒤 바지선을 이용, 영덕으로 예인했다.

문산호는 준공 후 1~5층까지 층별로 장사상륙작전 배경, 작전전개 과정 등을 전시하는 스토리 전시관으로 활용되도록 돼 있다. 이 사업 전체 예산은 300억원 규모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 2014년 6월 준공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준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산호 배 내부 뒷부분이 휘는 등 높은 파도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방파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 이는 최근 경북도 감사결과에서도 확인됐다.

15일 경북도에 따르면 동해안 연안은 너울성 파도 등 파고가 높아 방파제를 우선적으로 만들지 않고는 해상에서 배 건조나 조립이 어렵다는 것. 또 별도 오염 방지대책을 수립하지 않고서는 강판 용접 등 해상에서의 작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영덕군은 애초 문산호 실시설계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건축 공정 일부만 장사해수욕장 해안가에서 하고 나머지는 해상에서 작업하도록 설계에 반영했다.

하지만 영덕군은 육상과 해안에서 배를 건조할 수 없자 조선소에서 만들어 영덕으로 예인하는 쪽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 공장 임대료와 예인선, 바지선, 크레인 등 장비 임차비로 30억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더 큰 문제는 문산호의 안전성.

시공사 측은 공사 중 선체가 파도로 넘어질 수도 있다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동남쪽에 설치한 수중 방파제 외에 북쪽 파도에 대비한 수중 방파제 필요성을 군에 건의했다.

영덕군은 동남쪽에 80억원을 들여 방파제를 설치했으나 북쪽에는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문산호 선체는 이미 파도로 인해 뒷부분이 휘는 문제가 발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강한 태풍이 몰아칠 경우 좌초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북쪽 방파제 조성에는 90여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영덕군은 그동안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방법을 찾다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자 최근 용역비 2억여원을 의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영덕군의회는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수립을 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라면서 북쪽 방파제에 앞서 밑빠진 독에 물붙기나 마찬가지인 이 사업에 정밀진단을 제기하고 있어 사업비 확보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영덕군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사업이 당초 준공보다 늦어지면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지체상환금만 60여억원에 달해 이 문제 또한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경북도 감사실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계획과 실시설계 추진 과정에 감독공무원을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을 임명해 설계 부실을 초래했다”면서 “필요한 것보다 예산이 부족한데 더 확보하지 않고 돈에 맞춰 공사를 발주하다 보니 배를 만들고 난 뒤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는 이희진 영덕군수에게 안전성 문제를 다시 검토해 조속히 보강하고 앞으로 사업계획 수립 시 시공성, 경제성, 유지관리 등을 철저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장사상륙작전은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한 양면작전 일환으로 1950년 9월 14일 새벽 4시에 감행, 학도병 700여명이 참전해 1주일 동안 벌인 전투로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당했다.

/권기웅·이동구 기자

    권기웅·이동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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