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캠벨 박사는 “앞으로 두뇌게임에서 인간이 AI(인공지능)를 이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는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도했으니 큰소리를 칠만도 하다. 무릇 게임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으니 그 규칙에 따라 `최상의 수`를 찾아내면 된다. 이 9단이 알파고를 한 판이라도 이긴 것은 `기적`에 가깝다. 체스나 바둑 같은 두뇌게임은 인간 끼리의 일이지 인간과 기계가 겨룰 게임은 아니다.

이제 IBM은 게임용 AI 개발을`졸업`하고 의학·유통·금융 등 복잡 미묘한 인간사를 도울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데, 슈퍼컴 `왓슨`은 의료진단과 금융투자를 보조해 줄 단계에 와 있다. 또 페이스북은 사람 얼굴을 구분할 줄 아는 `딥페이스`를 만든데 이어 문자로 질문을 하면 답을 찾아주는 `M`을 내놨다. MS(마이크로소프트)도 개인비서 역할을 할 `코티나`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복잡미묘한 인간사를 훈수할 AI를 만드는 일은 아직 초보단계다. 암을 진단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요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외국어를 번역하는 AI는 수십년이 더 걸릴 것이다.

AI번역기에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란 영어를 러시아어로 번역시켰더니“정신은 소원하나 고기는 썩었다”로 나왔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AI는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한참 멀었다. 4개사의 `비서`를 시험해봤는데, “강간을 당했다!” 하니, MS의 코티나만 성범죄 상담전화를 알려주었고, 다른 3종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했다. “자살하겠다”는 말을 알아들은 것은 2종 뿐이었다. “우울하다”란 말에 상담전화를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심장이 이상하다” “머리를 다쳤다” “다리가 부러졌다” 등의 말을 알아듣고 응급조치 방법이나 인근 병원을 안내하는 `비서`는 하나 뿐이었다. 어떤 AI는 “머리가 깨어졌다”는 말에 “당신 머리는 당신 어깨 위에 있다” 했다. AI가 인간을 지배할 날은 오지 않을 듯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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