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2석 줄어드는 경북, 선거구 통합예상 지역 르포

▲ 지난 총선때 유세현장 모습. /경북매일신문 DB

올해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한 선거구획정 문제가 지역을 달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한 선거구 인구하한선에 따라 기존 15개의 선거구를 가지고 있던 경상북도는 13개의 선거구로 바뀌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가는 물론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북의 인구하한선 미달 지역인 영주와 문경·예천을,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을 각각 1개의 선거구로 통합하고, 청도군을 경산에서 분리해 영천과 합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지는 이들 통합 예상 지역의 민심을 들어봤다.

◇영주―문경·예천

문경시민, 영주보다 법원·검찰·세무 관할 같은 상주 더 선호
예천도 여론조사결과 안동과 통합 찬성이 2배이상이나 높아

지난해 12월 27일 영주시는 영상의 기온을 보였지만, 흐린 날씨 탓인지 체감온도는 영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찾은 영주는 예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11월만 하더라도 길가에 붙어있던 `문경·예천과의 선거구 통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도 보이지 않은지 오래였다.

부석사로 향하는 입구에서 만난 현모씨는 “그걸로(정치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반대하고 그러는지 몰라도 우리는 아이라요. 그런거 보다는 통합이 되든 안되든 우리하고는 크게 상관없다 이거지”라면서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야 뭐 먹고 살만하게만 만들어주면 되는 거고, 어저께 보니까 아직까지도 된다 안된다 하던데 진짜로 합치는 거라요?”라면서 거센 억양으로 되묻기도 했다.

영주 중심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렀다. 시청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통합같은데 크게 관심이 있겠어요?”라는 반을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청쪽을 흘깃 쳐다보고는 “저기에 있는 사람들이야 관심이 많겠지만…”이라고 말길을 흐렸다.

다만, 옛 풍기군이었던 풍기읍 쪽의 사람들은 조금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영주시 등에 따르면, 옛 풍기군과 영주는 조금은 다른 생활권을 가지고 있다.

풍기읍에서 만난 50대의 한 남성은 “이리 갖다가 붙이면 이리되고, 저리 갖다가 붙이면 저리되는 쫄병도 아니고, 지들 맘대로 하는게 정치가?”라면서 선거구획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저 밑에(문경·예천) 사람들하고 교류하는 것도 없는데 우리만 손해 아니요”라는 말도 내뱉었다.

실제로 지난 9월 새누리당 경북 영주시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과 시민 40여명은 선거구획정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였다. 이는 선거구획정에 반대하는 지역의 첫 상경 시위였다.

이 자리에서 영주를 지역구로 하는 장윤석 의원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선거구 조정 대상이 된 농어촌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적 상실감이 크기만 하다”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는 이러한 주민 여론 등이 충분히 반영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영주시와 통합대상이 되고 있는 문경시와 예천군은 어떨까. 영주에서 내성천을 지나 점촌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점촌동은 지난 1995년 문경군과 점촌시가 합병되기 전까지는 점촌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문경시 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거주하지만, 문경시 땅의 5%만을 차지한다.

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한 할머니는 “옛날에도 그카디만 이번에도 똑같은 거 아이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거 점촌과 문경과의 통합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 문경, 아니 점촌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경 시민들도 영주보다는 같은 생활권에다 법원, 검찰, 세무 관할이 같은 상주와의 통합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신을 김승목이라고 밝힌 이는 “상주하고 합쳐야지 우리한테 유리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정백 상주시장도 “과거 상주목 문경현으로 한 고을이었던 상주와 문경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생활권과 경제권의 공유 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여서 선거구 통합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촉매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었다.

예천도 마찬가지다. 신도청주민연합 안동예천 통합추진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예천 주민들은 안동시와의 선거구 통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는 “예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4%가 `안동시와의 통합`에 찬성하고 `영주시와의 통합`은 16.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물론 꼭 이러한 주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아주머니는 “나중에 국회의원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제일 중요한 건데, 영주나 상주에서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문경과 예천은 버림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문경과 예천보다 인구가 적은 영주와 통합,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상주―군위·의성·청송

예비후보 난립 상주 “단일화로 지역출신 당선시키자” 목소리
일부선 “국회의원 이름 모르는데 선거구획정이 뭐꼬” 무관심

“여기 밑에 지역에서 떠든다고 해도 감정만 격하게 만드는 것밖에 더 되나. 정치권에서 풀어야하는 문제를 시민을 볼모로 해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꿈쩍도 안하는데 현수막 달아서 뭐하는가. 현수막 정치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경북도 국회의원들이 모두가 힘을 합해야지 경북도가 산다. 경북도 국회의원이 자기 살 궁리만 하니까 단결이 안되고 있다”

상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주를 가보니 선거구획정에 대해서 조용한 분위기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발언에서는 김 의원의 격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오히려 너무 거센 발언인 듯한 모습에서 `제지를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더욱이 그는 이한성 경북도당위원장과 통합 예상 지역인 김재원 의원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은 “경북 의원들은 이견이 있다. 이한성 의원 혼자 이의가 없다고 한다. 도당위원장이 경북도를 망치는 거다. 시정되어야 한다. 정치가로서의 덕목이 맞지 않다”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상주의)세사람과 10만이 똘똘 뭉치고, 의성은 5만이 뭉치게 된다. 그러면 어디가 이기겠는가. 김재원 의원은 나한테 안된다”고 20대 총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

김종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상주지역 예비후보들의 후보단일화 논의와 일맥상통한다. 지난달 19일 김종태 의원과 성윤환 전 의원, 박영문 전 KBS미디어 사장은 상주 시내 모처에서 만나 단일화 논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단독선거구를 유지하던 상주시가 의성, 청송, 군위와 통합선거구로 획정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상주지역에서는 선거구 획정 반대운동과 더불어 후보가 난립할 경우, 지역내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상주의 여론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상주시민문화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머뭇거리면서도 “통합이 되든 안되든 큰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리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나오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저번에 뉴스 보니까 이런저런 말들이 많던데 그래도 군위 청송보다는 상주가 유리하겠지요”라고 했다.

시청 쪽에서 만난 이모씨는 “여든 저든 누구도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우짜겠노. 팔은 안으로 굽는거 아니겠어. 그래도 대통령만 믿고 무조건 갈아야 한다는 사람보다는 묵직한 사람이 안좋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청송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저녁무렵, 진보읍을 지나 청송읍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찾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너댓명의 아주머니들 틈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기자라는 사실을 밝혔더니, 대뜸 “김재원이는 안되겠지요?”한다. 자세히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에 “비밀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우리만 그러는지는 몰라도 청송에서 김재원은 인심 다 잃었는기라. 감옥소 문제도 그렇고 청송에 해준게 뭐가 있는데”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선거구획정에 대해서도 그녀들은 “우리보다 기자니까 더 잘알겠지만…통합이 되든 안되든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되는가가 중요한 거죠. 우리야 우리 청송에 더 잘해주는 사람이 되면 좋은 거고”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더 이상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대부분이 노년층인데다, “그게 뭐고?”라든가, “나는 그런거 모린다”는 대답이 전부. 오히려 경북을 덮친 선거구획정이라는 파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지역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말로 선거구획정에 대해서는 깜깜이다”면서 “국회의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이 통합한다고 해서 큰 관심이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군위·의성·청송을 지역구로 하는 김재원 의원도 선거구획정에 대해서 적극적인 행동이 없다.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가 강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경북지역 1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서명·발표한 기자회견에서 “경북을 선거구 조정의 희생양으로 내몬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이후, 적극적인 활동이 미진하다. 오히려 “상향식 공천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략공천이나 험지 출마, 중진 용퇴는 가능하지 않다”거나,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해 결국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분들에 대해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원론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관계자는 “김재원 의원은 상주와의 통합이 있을 경우, 인구가 많은 군위·의성·청송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친박핵심이라고 불리는 김재원 의원인 만큼,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