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산·법률안 처리 논의 최대한 초점”
野 `교과서 국정화` 박 대통령 압박 별러
靑 “美방문 성과·민생현안 처리에 집중”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22일 5자 회동은 연말 정기국회 정국의 항로를 가름할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청와대 회동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 정국을 완전히 정상화할지, 아니면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는 결과를 낳으면서 정기국회 예산·법안 심의가 파행으로 흘러갈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회동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법률안 처리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예산안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5자회동이 열린다”면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쟁회동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생회동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김무성 대표가 나서 역사적 인물의 `공`(功)과 `과`(過)를 균형있게 기술하고, 민주화운동 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도 교과서에 비중 있게 실음으로써 청소년에게 균형 있는 국가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울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날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우리 교과서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못난 나라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면서 “좌파들의 강한 사슬이 얽혀져 있어 도저히 깰 수 없기 때문에 국정화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어렵게 회동이 성사됐는데 문제를 해결해야지 갈등만 키워서는 안된다”면서 “역사교과서와 같은 어려운 문제는 나중에 풀고 우선 민생을 위한 법안 통과 등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문제로 박 대통령을 강력히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여서 회동 분위기를 낙관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당장 (국정화를) 중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내일 회동에서 분명히 답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 결과가 현재로서는 긍정적 전망보다 부정적 관측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사관(史觀)`에 대한 여야의 간극만큼 회동의 목적도 차이가 커 자칫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회동에서 `민생법안` 처리에 논의를 집중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5자 회동` 관련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 설명과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 관련 5법,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수출 효과가 큰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등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국회비준, 내년 예산의 법정시한 내 처리, 기타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해 회동 제안의 주 의도를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청와대와 국회를 번갈아가면서 만남을 이어왔지만 회동 때마다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실례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7일 중동 순방의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100분가량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박 대통령이 경제 도약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데 대해 문 대표가 “총체적 위기”라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오히려 양측의 대립각만 날카로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이번 회동 역시 `역사 전쟁`으로 치닫는 가을 정국의 중요한 분수령은 되겠지만,`교과서 정국`의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창형·안재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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