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주)스틸앤스틸 대표이사
최근 각종 언론에서 “뜨는 현대제철 지는 포스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대제철의 갑작스런 약진도 그렇지만 잘나가던 포스코의 후퇴도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1970년대 이후 포스코는 한국 철강산업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철강사였다. 그리고 그 힘은 포스코의 높은 경영성과를 보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 속에 옛 명성을 지키는 것조차 버겁다. 현대제철은 근래 들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 수익성이 현대제철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무엇이 다를까? 또 두 철강사의 시장지배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힘의 원천이 다르다. 포스코가 과거 높은 시장점유율과 단일 고로사의 열연독점에서 그 힘이 나왔다면, 현대제철의 힘은 재벌기업에 속한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수직계열화와 철강재의 다양한 구색에서 나온다.

둘째로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현대제철은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에 속한 철강사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완전히 민영화 된 철강사로 활동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이후에도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시장적응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의 재벌기업으로 많은 철강수요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제철은 모든 사업을 통합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상상하는 수준 이상의 시장지배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셋째, 포스코는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현대제철은 기존의 시장적응력에 시장지배력을 더하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포스코 경우처럼 지배력을 즐기다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현대제철의 경우처럼 적응력이 있는 철강사가 시장지배력을 가질 경우 전략의 실행이 훨씬 쉬워진다. 현대제철은 봉형강 사업을 중심으로 높은 시장적응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로로 진입하면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넷째, 포스코 시장지배력은 고도성장기에 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현대제철의 수직계열화는 사양화 단계에서 발휘되는 힘이다. 중국산 수입재 증가와 국내 철강시장의 경쟁심화로 시장지배력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현대제철의 반면 수직계열화는 되레 철강 사양화 단계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역동성을 갖고 있다. 다섯째, 포스코는 전후방산업과 철강의 산업간경쟁에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반면에 현대제철은 타 철강사와 기업간경쟁에 역점을 둔다. 포스코는 냉연업계의 수익성을 고려하여 수요산업과 경쟁하는 반면에 현대제철은 타 철강사와 경쟁을 주도하게 된다. 사양화 국면에서 현대제철의 수직계열화는 국내 타 철강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철강업계 구조조정도 자기 주도로 끌고가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분명 현재 한국철강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두 철강사의 속성은 많이 달라 있다. 특히 포스코의 힘은 그 효과가 철강산업에 한정적이지만,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 모태인 현대자동차의 힘과 효과가 제조업과 경제 전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현대의 수직계열화가 재벌기업의 부정적인 속성과 결합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다. 두 철강사의 불균형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려 속에서 최근 발표되는 경영실적을 보면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수익성 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금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포스코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