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웅 자치행정2부

“집에 텔레비(TV) 있는 사람, 전화, 냉장고 있는 사람은 손들어 봐”

70년대 세대라면 학창시절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질문했던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말이다.

어쩌다가 집에 `전축`이 있다는 학생이 손들면 모두 부러운 시선으로 힐끔 쳐다보곤 했던 그 시절은 이제 추억 속에 묻어뒀다. 기죽을까봐 거짓으로 손도 들었다. 방과 후에 농사일에 열중하던 아버지에게 냉장고 사자고 조르다가 혼쭐이 났다. 당시 어머니가 뒤뜰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가난이 빚은 암울했던 우리의 자화상이다.

최근 안동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구분지어 학생들을 줄을 세웠다가 차별 논란이 일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차별을 받지나 않을까 교육당국에 항의하면서 사태는 커졌다. 해당 학교와 교육청, SNS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3년 전만 해도 평온했던 해당 초등학교 주위에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집`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발생한 문제다. 예상치 못한 이 문제는 이웃 간 갈등의 골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일부 학부모들이 임대아파트 학생을 다른 학교로 배정해 달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해 물의를 빚은 것이다. 여기에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들은 학교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한다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청은 해당 학교장을 경고조치한데 이어 전북교육청은 주거환경 순으로 신입생을 소집하면 해당 학교장을 파면하거나 해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학교측은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면접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였을 뿐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어른들의 무신경한 행정 탓에 이제 갓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임대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좋은 의미로 시작된 임대아파트 정책이 언제부터인가 이웃들에게 빈부격차를 새기는 `주홍글씨`로 전략한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편견이 우리 아이들에 그대로 대물림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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