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애매… 단속도 들쑥날쑥

도심 곳곳에 불법 크레인 게임기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권한이 없어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목을 끌기 쉬운 도로변, 학교 주변, 동네 편의점 등에서 이 게임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로 술에 취한 행인들과 청소년 등을 타겟으로 하는 게임기는 `한 번만 더`를 부추긴다. 게임기 안에는 아슬아슬하게 각종 경품이 걸려 있어 살짝 밀기만 하면 곧 떨어져 내 것이 될 것만 같아 돈을 조금 더 넣으면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는 인형과 피규어 뿐만 아니라 성인용품과 칼 등 청소년 유해품까지 포함돼 있다.

직장인 조모(29)씨는 “처음에는 재미삼아 뽑기를 하지만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쓰기도 한다”며 “막상 물건을 뽑더라도 사용하지 않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버리는 불량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령에 따라 게임기를 일반 영업소의 종류에 따라 2대 또는 5대 이하의 경우 건물 내에 등록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등급 분류를 받은 종류의 경품들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이같은 게임기에 대해 강제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수위는 다소 한정적이다.

실제로 포항시 남구청은 도로를 무단 점령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총 8대의 게임기를 단속해 계고기간을 거친 뒤 자진 철거하도록 했다. 하지만 포항시 북구청은 영일대해수욕장 일대 등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게임기를 단 한 대도 단속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자체는 도로상(인도 또는 차도)에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는 도로법 위반이며 크레인 게임기를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 위 점포의 불법 적치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기가 인도 또는 차도에 설치돼 행인과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에만 강제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

포항시 남구청 관계자는 “단속반이 민원 발생 지역을 매일 순회 점검하며 불법이 발견될 경우 이 게임기를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로가 아닌 사유지에 설치된 게임기를 철거할 조항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댓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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