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태자치행정 1부
섣불리 만든 조례로 수억 원의 혈세가 사라질 지경에 처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27일 울릉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서지역 여객선 유류 보조금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매년 동절기 마다 반복되는 포항-울릉간 결항에 따라 대체 여객선의 운항에 필요한 연료비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경북도는 지난 5일 (주)씨스포빌(강원 삼척)의 씨스타7호(4천599t급)를 포항-울릉간 항로를 대체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운항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씨스포빌의 씨스타7호가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한달동안 포항-울릉간 항로를 운항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포항-울릉 항로의 우리누리 1호의 취항을 배제한 채 이 조례가 제정되면서 혈세 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누리1호가 포항-울릉 간을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가운데 경북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강원도 업체 소속의 씨스타7호가 같은 노선을 운항하기 때문이다. 적자가 예상되는 우리누리1호의 운항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약 6시간이 소요되는 씨스타7호에 탑승하는 울릉주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민 이동권을 볼모로 돈을 주면서까지 놀고 있는 배를 모셔왔어야 했느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반면, 일부에선 대형 여객선 대체로 화물 선적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맞는 말이다. 우리누리1호는 작은 수화물 정도만 실을 수 있는 여객전용선이다. 씨스타7호는 화물을 자동차에 적재할 경우에만 화물을 나를 수 있다. 현재 울릉 주민들은 수십일간 항로가 막힌 탓에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여객선에 대해서만 유류비를 지원한 현행 조례의 맹점이 나타난다. 복수 노선에 따른 이동권 보장을 제쳐두더라도 화물선을 우선시 한 조례제정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조례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목적지를 대형 버스로 가도록 부추긴 꼴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체 운항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두 가지로 추측된다. 먼저 울릉군이다. 겨울철이면 바닷길이 끊겨 울릉군 주민들은 매년 대책 마련을 군에 호소해왔다. 울릉군으로서는 이번 조례를 통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명분을 쌓았다.

다음으로 씨스포빌일 것이다. 강원도와 울릉도 항로를 독점한 씨스포빌은 최근 몇 년간 3차례에 걸쳐 포항지방해양항만청에 포항-울릉 노선 취항을 노렸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 때문에 씨스포빌은 이번 대체 운항의 경험을 통해 향후 포항-울릉간 노선 취항에 기회를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섣불리 만든 이번 조례를 통해 경북도민의 혈세가 강원도 선박회사의 야망을 열어 준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경북도 여객선 유류 보조금 지원 조례의 시급한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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