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등 음주·소란 `눈살`
피서철 맞아 단속대책 시급

“에구머니나! 열차 안에서 술판이라니…”

대구에 사는 이모(37·여)씨는 주말인 지난달 28일 일곱 살배기 어린 딸과 함께 친정집인 포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게 됐다.

열차 내부는 여느 때처럼 주말을 맞아 산으로 향하는 단체등산객들과 함께 무더위를 피해 계곡, 해수욕장으로 가려는 피서객차림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씨는 미리 예약한 좌석을 찾아 자리에 앉았고, 얼마되지 않아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앞좌석에 앉은 10여명의 등산객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좌석 2개를 앞뒤로 마주하게 만든 뒤 마치 자신들의 안방인양 큰소리로 떠들며 술을 연신 마셔댔다.

주변 승객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 들지도 못한채 눈살을 찌푸렸지만 괜히 나섰다가 봉변이라도 당할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렇게 승객들은 두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받으며 악몽같은 시간으로 보냈다.

이씨는 “오랜만에 친정으로 가게 돼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에 탔는데 술을 마시며 소란을 피우는 승객들 때문에 짜증이 났다”며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열차 내에서 벌어지는 음주·소란행위에 대해 비난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단체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이동 중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같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철도안전법, 경범죄처벌법, 철도여객운송약관 등 관련법규를 마련해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관련법규에 따르면 음주·소란, 무허가 물품판매, 구걸, 흡연, 광고물 무단부착 등의 행위를 열차 내에서 벌이다 철도공사 직원에 의해 적발될 경우 탑승을 거부당하거나 다음 정차역에서 하차당할 수 있다.

그러나 철도이용객 중 이같은 법규를 알고 있는 이는 극히 드물고 알고 있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승무원에게 쉽사리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법규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승무원들도 강제하차 당한 승객들이 `적반하장`식으로 항의를 하는 통에 주변 탑승객들의 도움없이는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레일 경북본부 관계자는 “음주·소란행위를 비롯해 열차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벌일 경우 승무원에 의해 탑승을 거부당할 수 있다”며 “최근 피서철을 맞아 기차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시민들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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