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우거지고 해충 득실… 개발 더딘 북구쪽 심해
올해 예산 작년 절반 수준으로 삭감, 벌써 바닥나

▲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장성9어린이공원이 관리 소홀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최근 북구 장성동에 거주하는 김모(35)씨는 자녀들과 함께 집 주변의 장성9어린이공원을 찾았다가 아연실색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공원 입구를 잠식했고, 잡초 사이를 헤집고 공원 벤치에 앉았지만 진드기 등 온갖 해충이 득실거렸던 것. 김씨는 “아이들을 위해 지어진 공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공원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항 전역에 설치된 어린이공원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구에 비해 비교적 개발이 더딘 북구 장성동 일대에 설치된 공원에서 이 같은 방치 현상이 두드러져 북구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남·북구에 설치된 어린이공원은 118개소이며, 완충녹지 공간 약 70여개소(64만㎡)다.

어린이공원과 녹지 등은 체계적인 도시개발에 따라 전체 사업 부지 중 일부 부지에 대해 시민 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도록 제도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 개발이 진행될수록 공원 수도 늘어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어린이공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행정 당국의 손길이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다 포항시의 경우 가로등 등 공원 내 시설 관리 예산을 제외한 잡초 제거 등 수목유지 관리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관리 소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포항 남·북구청은 지난해까지 지역 공원에 대한 수목 유지 관리비로 1억 6천만원을 확보, 공원을 관리해 왔으나 올해 업무가 시 본청으로 이관됐고, 공원 수목 유지 관리비도 지난해보다 절반이 삭감된 8천만원이 고작이다. 이 예산도 6월 30일 기준, 풀 깎기(잡초제거 등) 사업 3천만원(1회 실시), 울타리 수백 제거 1천만원, 기타 민원 발생 긴급 공원 관리로 4천만원 등 공원 관리를 위한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

관련업계는 제대로 된 공원 관리를 위해서는 연 3~4회의 잡초 제거 등 수목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포항시 경우 이미 예산을 모두 사용해 버려 올 연말까지 제대로 된 관리 및 정비가 요원한 실정에 놓여 있다. 현장 여건을 무시한 예산 집행이 만들어 낸 촌극인 셈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와 시민들을 위해 설치된 공원은 지금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에서 시민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장성동 거주 임모(45)씨는 “주변에 쉼터를 제공하는 공원이 많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공원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면 도시 미관 저해와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어 결국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공원 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예산이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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