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두배 인상 압박받던 동네안경점 50대 자살

대형안경체인점의 공격적 마케팅에 수년간 동네 안경점을 운영해오던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에서 330㎡(10여평) 남짓한 안경점을 운영해 온 A씨(52). A씨는 오랜 시간 동안 안경점을 운영해오며 단골손님도 꽤 확보한 성공한 소매업자였다. 하지만 A씨가 운영 중인 안경점과 맞닿은 곳에 대형안경체인점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A씨의 안경점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2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평소 당뇨병을 앓아온 A씨는 합병증으로 이미 한쪽 눈이 실명된 상태인데다 나머지 눈마저 수개월 내에 실명될 위기였다. 그런데 안경점의 경영마저 어려워지자 A씨는 결국 포항시 북구 죽장면 가사리의 한 도롯가에 차를 세워두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3일 오전 7시30분께 행인에 의해 발견된 A씨의 차량에는 타다 만 번개탄과 소주 1병, 유서 3장과 싸늘한 주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A씨가 남기고 간 유서에는 채무관계와 빚 등의 내용이 쓰여있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안경사협회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최근 안경사협회의 한 회원은 “동일 건물에 세입자인 점주가 건물을 인수해 다른 안경점과 계약을 했다”고 밝히고 `거대 안경프렌자이즈의 부도덕`이라는 글을 SNS에 게재하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평소 A씨도 운영하던 안경점을 자주 찾던 고객 이모(47)씨는 “친절하고 실력도 좋아 아이들과 함께 안경점을 찾곤 했는데 갑자기 문이 닫혀 있어 무슨 일일까 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