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地選 후보자 69명중 18명만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

▲ 점자형 선거공보를 읽고 있는 경북점자도서관 김정협 팀장의 모습.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포항지역 후보자들 대부분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포항시 남·북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에 대한 기본 신상정보와 주요 핵심공약 등 필수 공개 자료가 담긴 점자형 선거공보를 시장과 시·도의원 후보자 총 69명 가운데 18명만이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의 포항시장 후보 중에는 이강덕(새누리당), 이창균(무소속) 후보가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선미 후보는 제출하지 않았다. 55명이 출마한 시의원 후보들 가운데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한 후보는 단 11명에 그쳤다. 특히 남구 시의원 30명의 후보자들 중에는 이진수(무소속), 정해종(새누리당), 방진길(새누리당), 주해남(무소속) 등 모두 4명의 후보만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해 현저히 낮은 이용률을 보였다.

각 후보들이 제출한 점자형 선거공보는 포항시 선관위가 지난 25일까지 시각장애인들에게 일괄 발송한 상태이다.

점자형 선거공보는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은 의무조항이 아닌 권장사항이어서 제작 비율이 저조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점자형 선거공보는 제작에서부터 발송까지 모든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선거 공보와 동일한 지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선거공보물 제작은 지자체장 선거는 12면, 지방의회의원선거는 8면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크기가 정해져 있는 점자의 특성상 일반 선거공보 내용을 점자형으로 제작할 경우 지면수의 제약을 받아 일반 유권자들이 얻는 정보와 양과 질이 다르게 된다.

경북점자도서관 김정협 도서제작팀장은 “선거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한 후보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점자 명함조차 받아보지 못해 시각장애인의 투표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일반 공보에 비해 평균 30% 정도 축약된 핵심공약만 넣거나 아예 장애인 복지 관련 공약만 포함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으로 점자형 선거공보에 QR코드를 넣을 수 있는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이를 활용한 후보는 한 사람도 없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