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문제점은 누구나 알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어려웠다. 역대 정권들이 다 시도했지만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다가 임기 말을 맞았다. 정권 말기가 되면 레임덕으로 대통령의 명령이 제대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임기 초에 공기업 개혁을 들고 나서지만 수십년간 방만경영을 막지 못한 채 빚만 쌓여갔고, 국민혈세로 수혈만 했다. 이제 박근혜정부를 믿어볼 수밖에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첫 과제로 공공기관의 개혁을 꼽았고, 법과 원칙에는 추상같았으며, 빈말을 하지 않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장을 모은 자리에서 “파티는 끝났다”라고 선언하며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했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장 14명이 모인 자리에서 “제출된 개선방안을 보니 크게 미흡하고, 위기의식도 부족하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했다.

또 서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예전과 다름을 인식하고 비장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조직운영에 쓰는 경상비를 10%이상 줄이고, 2017년까지 조직규모를 동결하라고 했다. 매년 수백명의 직원을 늘리고 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한 곳이 많은데, 이 악습부터 고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 장관은 3월에 직접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6월 말 평가를 통해 부진한 기관장에 대해서는 임기와 관계 없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했으며, 특히 부채가 제일 많은 LH에 대해서는“강력한 구조조정과 근본적인 재무개선 대책 없이는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각오로 혁신적인 부채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초기에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대구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4개 공사·공단이 제출한 자체 혁신방안을 받아보고, “크게 미흡하다. 극히 피동적이며 아직 위기의식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 원점에서 경영개선 방안을 재검토해 더 강도 높은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해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특히 임직원 성과급 균등 배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적자만 내는 공기업 직원들이 국민세금으로 성과급이라는 돈잔치를 벌이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빈대도 낯짝이 있다는데 공기업 직원들은 빈대 만한 면목도 없다.

일단 칼을 빼든 이상 박 정권은 `천막 당사`정신으로 공기업 수술을 단행할 태세다. 공기업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해 국민의 심판을 받게하고, 부채를 줄이지 못하는 기관장을 해임하고, 공적자금을 쏟아붓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정부의 의지가 이렇다면 `무능자의 낙하산`이나 `선거공신의 논공행상` 또한 당연히 없어져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하지만 경쟁체제 도입과 단계적 민영화가 최상의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