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황금가지 펴냄, 388쪽

기억과 정체성이라는 테마를 과학적 상상력과 치밀한 서스펜스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 간 `무명인(원제 `게놈 해저드`)`이 출간됐다.

저자 쓰카사키 시로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하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을 수상한 이번 작품은 기억에 문제가 깨달은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정체성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는 전개와 촘촘한 구성을 통해 보여 준다. 기본적으로는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본격 추리와 SF의 성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생일날 발견한 아내의 시체, 그와 동시에 걸려 온 그녀의 전화….

기억이 잘못된 걸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유키가 그런 표정을 지은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얼굴을 다른 누군가로 절대 착각할 수는 없었다. 그 여자, 거기 죽어 있는 여자는 내 아내였다.”_ 본문 중에서

결혼 후 맞게 된 첫 생일, 일러스트레이터인 도리야마 도시하루는 아내 미유키와의 저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그가 집에 도착하여 보게 된 것은 조명이 나간 거실과 열일곱 개의 촛불, 그리고 아내의 시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패닉 상태에서 전화를 받은 도리야마의 귀에 분명 그의 옆에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아내 미유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형사라고 밝히며 두 남자가 찾아와 도리야마를 추궁하다가 끝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만다. 도리야마는 방금 전만 해도 있었던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것에 당황한다. 그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로 도리야마에게 두 남자의 정체가 사실 형사가 아니며 그를 납치하러 온 것이니 당장 도망치라고 지시한다. 추격을 피하다가 우연히 오쿠무라 지아키라는 여성의 도움을 받게 된 도리야마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녀와 함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생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에 직면하게 되는데….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