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만 해도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재래시장`이었다. 빈 점포가 늘어나고 찾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그때 윤순영 중구청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빈 가게에 예술인들이 와서 작업할 공간으로 만들자”고 했고, 7천500만원을 지원해 `예술공간`으로 꾸몄다. 화가 조각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통기타 가객 김광석이 한 몫을 했다. 그는 방천시장 인근에서 태어나 5살까지 살았고,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와 김민기 등과 함께 보컬팀을 만들었다. 김광석은 시인이기도 했다. 그가 부른 `서른 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거리에서` 등 수많은 곡들의 가사는 그대로 한편의 고즈넉한 시편이었고, 청량한 기타 음과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출했다.

그는 한참 성가를 올릴 즈음인 32세에 `의문의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우울증을 앓았다는 말도 있었지만, 가족들은 “결코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자주 “꿈에 광석이 나타났다. 나는 자살한 것이 아니다. 억울하게 죽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스터리와 함께 김광석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방천시장에 모여든 예술인들은 `김광석 골목`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가 주변 골목 350m에 김광석의 흔적을 빼꼭히 만들어두었다. 그가 부른 곡의 가사들을 적고, 그의 초상화 70여 점을 그리고, 스피커를 20개 설치해 종일 그의 노래를 틀어놓았다.

쇠락해가던 방천시장은 김광석 골목과 함께 되살아났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았고, 김광석을 기억하는 음악팬들이 수시로 찾아왔다. 그는 1996년 1월 6일에 세상을 떠났는데, 기일이 되면 김광석 골목과 방천시장은 추모행렬이 길을 매웠다. 그런데 또 한번의 대이벤트가 벌어졌다. JTBC 히든 싱어2 `김광석 편`이 방영된 것이다. 지난 6일 그의 서거 18주년 추모식에는 골목과 방천시장이 사람의 물결로 넘쳐났다. 키 164㎝ 체중 58㎏의 통기타를 맨 실물대 김광석조형물을 중심으로 촛불을 든 젊은이들이 운집했다. 쌈지공원에서 추모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대구 중구청은 올해 `김광석골목 방송국`을 만들 계획이고, 관광객들이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공연장소도 꾸밀 생각이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이 곳을 몽마르트르 못지 않은 명소로 꾸미겠다”고 했다. 몽마르트르는 가난한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명성을 얻었고, 지금은 해마다 6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파리의 대표적 관광지인데, 방천시장과 김광석 골목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부산 달맞이 언덕과 용두산공원, 울산 성남동 지역 등이 `한국의 몽마르트르`를 꿈꾸고 있는데, 대구도 그런 꿈을 익혀가고 있다. “예술을 입히면 생기가 난다”는 말은 영원한 진리다.